원룸에 사는 여성을 뒤따라가 성폭행을 시도하고 이를 제지하는 남자친구를 살해하려고 한 20대 남성이 항소심에서 감형됐다. 1심 징역 50년형에서 징역 27년형으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유사 사례를 살펴보면 징역 50년은 너무 무겁다는 판단이다.
대구고법 제1형사부(부장판사 정성욱)는 23일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강간 등 살인)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이모(29)씨에 대해 징역 27년을 선고하고 10년간 신상정보 공개 고지를 명령했다. 또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등과 장애인 관련 기관에 각 10년간 취업제한, 위치추적 전자장치 20년 부착 등을 명령했다.
지난해 12월 열린 1심에서 이씨는 징역 50년 형을 선고 받았다. 당시 성폭행과 살인에 이르지 못하고 미수에 그친 범죄에 이 같은 중형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결심 공판에서 검찰이 구형한 징역 30년형보다 훨씬 무거운 형량이었다. 항소심 재판부는 “검찰 구형이 징역 30년이었고 동종 유사 사례를 살펴보면 징역 50년형은 너무 무겁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배달라이더로 일하던 이씨는 지난해 5월 13일 오후 10시56분쯤 대구시 북구 한 원룸 건물로 들어가는 A씨(24)를 뒤따라간 후 흉기를 휘두르고 성폭행을 하려고 했지만, 미수에 그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이 과정에서 남자친구인 B씨(24)가 현관문을 열고 들어와 이씨를 제지해 성폭행은 미수에 그쳤다. 하지만 이씨가 휘두른 흉기에 B씨는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로 크게 다쳤다. 법원에 따르면 B씨는 흉기에 수차례 찔려 응급실로 이송된 후 과다 출혈로 인해 2~3차례나 심정지가 발생했고, 20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수술을 받았다. 중환자실에서 약 40여일 만에 가까스로 의식을 찾은 B씨는 저산소성 뇌 손상으로 인해 영구적인 장애를 갖게 됐다.
1심 재판에 출석한 담당 의사는 “B씨 사회연령은 만 11세 수준에 머무르고 언어·인지행동장애, 신경 손상이 완치될 가능성이 희박하다”며 “집중과 계산 능력, 사회적 상황에서 문제 해결 등에 문제가 있고 일상생활에서 타인의 도움이 필요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는 의견을 내놨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아파트 담보 대출로 마련한 1억원을 지난 14일 형사 공탁금으로 걸었지만, 피해자와 합의하지 못했고, 배달원을 가장해 여성이 혼자 사는 원룸에 침입해 성폭행을 시도한 것은 모방범죄 위험이 있어 예방 차원에서 중형을 내리는 것이 마땅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피고인이 수사 단계에서부터 자신의 잘못을 모두 인정하며 반성하고 있고 피해 남성에게 흉기를 휘두른 것은 도망치는 과정에서 몸싸움하다 발생한 것으로 계획적이라기보다는 우발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피고인의 살해 시도는 모두 미수에 그쳤고 피해자들이 1심 재판 이후 미약하나마 후유증이 호전된 것도 피고인에게 유리한 정황”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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