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한달 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를 이끌게 된 우리나라가 의장국으로서 사이버 안보를 주요 의제로 제시한다. 사이버 안보는 전세계 각국의 주요 관심사안으로 떠올랐지만 유엔 안보리 차원에서는 아직 정식 논의되지 않고 있는 주제다. 한국은 사이버 안보가 추후 안보리의 정식 의제로 등록될 수 있도록 의장국으로서 영향력을 활용할 계획이다.
황준국 주유엔대한민국대표부 대사는 23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의 대표부에서 간담회를 열고 “핵심 기반 시설에 대한 사이버 공격이나 정보, 가상자산 탈취는 국경과 국가의 성격을 막론하고 세계가 당면한 안보위협”이라며 “6월 중 안보리 공개 토의을 개최해 이 주제가 앞으로 계속 논의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보리 의장국은 15개 이사국 가운에 영문 국명 알파벳 순서대로 매달 돌아가며 맡게 된다. 의장국은 각종 회의 소집 권한은 물론 자국이 중요하게 여기는 주제에 대한 공개 토의를 대표행사(시그니처 이벤트)로 개최할 수 있다. 한국은 2014년 5월에 이어 10년 만에 6월 한 달 간 의장국을 맡는다. 우리 주유엔대표부가 대표 행사로 제시하는 주요 의제가 바로 사이버 안보다. 황 대사는 “현재 사이버 안보는 안보리 공식의제가 아니며 정례적으로 논의가 이뤄지지도 않고 있다”며 “국제 평화와 안보 유지에 일차적 책임을 지고 있는 기관인 안보리가 이같은 새로운 중요한 안보이슈를 어떻게 다루어나가야 하는지는 시대적인 도전과제”라고 강조했다.
여기에는 북한에 대한 견제 취지도 녹아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이 핵무기 개발에 필요한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가상화폐 탈취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사이버 안보 이슈는 북핵 문제와도 직간접적으로 연계된 사안으로 여겨지고 있다. 대표부 관계자는 “안보리 이사국 수임 기간 동안 계속해서 북한을 포함한 다양한 악성 사이버 활동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국제 협력과 연대를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공개토의는 조태열 외교부 장관이 직접 회의를 주재할 예정이다.
한국은 이와 함께 유엔 사무국의 요청에 따라 ‘아동과 무력분쟁’을 주제로도 공개토의를 추진할 예정이다. 황 대사는 “(국제 원로그룹인) ‘디 엘더스(The Elders)’를 대표해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공개토의에 참석하는 것을 추진 중”이라며 “반 전 총장의 경험과 통찰력이 이번 논의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공개 토의 외에도 북한 인권 및 북한 핵 등의 이슈와 관련해 필요할 경우 의장국의 지위를 활용해 언제든 안보리 회의를 개최할 방침이다. 황 대사는 “안보리 의장국으로서 북한의 도발에 대응해 필요한 경우 언제든지 안보리 회의를 소집할 준비가 돼 있다”라고 강조했다.
황 대사는 “의장국은 안보리라는 오케스트라의 지휘자”라며 “의장국 활동이 우리나라의 유엔 내 위상에 걸맞게 외교 지평을 넓히고, 글로벌 중추 국가로서 외교 진전에 기여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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