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부 장관이 동남아시아의 대표적인 '친중' 국가인 캄보디아를 다음 달 공식 방문한다고 AP 통신과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오스틴 장관은 다음주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대화·5월31일∼6월2일)에 참석한 뒤 캄보디아와 프랑스를 찾을 예정이다.
캄보디아 외무부 대변인은 AP 통신에 "프놈펜 주재 미국 대사관과 오스틴 장관 방문에 관해 협의하고 있다"며 "이번 방문이 캄보디아와 미국의 관계를 진전시키는 중요한 한걸음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외신은 다음달 4일로 예정된 오스틴 장관의 캄보디아 방문에서 훈 마넷 캄보디아 총리와의 회동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FT는 복수의 미국 당국자를 인용해 오스틴 장관이 캄보디아에서 마넷 총리를 만날 것이라고 보도했다.
캄보디아는 그동안 중국과 끈끈한 관계를 유지해왔지만 미국과는 인권 문제 등으로 불편한 관계였다. 미국은 반정부 인사에 대한 탄압 등 캄보디아의 열악한 인권 상황에 대해 목소리를 높여왔다.
특히 캄보디아의 레암 해군기지가 중국 해군의 전략적 전초 기지 역할을 하는 것은 아닌지 의심해왔다.
지난해 8월 부친인 훈 센 전 총리의 뒤를 이어 총리직에 오른 마넷 총리는 1999년 미 육군사관학교 웨스트포인트를 졸업하고 뉴욕대와 영국 브리스톨대에서 경제학 석·박사 학위를 받은 유학파다. 1975년 웨스트포인트를 졸업한 오스틴 장관과 동문인 셈이다.
국제사회는 미국과 영국 등 서방에서 공부한 마넷 총리가 캄보디아의 민주적 변화를 이끌 수 있을지 주목해왔다.
AP 통신은 마넷 총리가 지금까지는 부친의 정책을 이어가고 있지만 향후 미국과 캄보디아의 관계가 재설정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고 전했다. 한 미국 당국자는 FT에 "캄보디아에 대한 일부 우려에 대해서는 냉정한 관점을 유지하고 있지만 새로운 리더십이 들어선 만큼 또 다른 기회를 모색해볼 수 있다"고 했다.
또 다른 당국자는 중국이 일대일로(중국-중앙아시아-유럽을 연결하는 육상·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와 관련해 자금난에 직면해 있는 만큼 미국과 캄보디아의 관계를 강화할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이 당국자에 따르면 코로나 팬데믹 이후 지난 몇 년간 중국의 일대일로 자금이 말라버렸고 캄보디아는 그 영향을 가장 크게 받고 있는 나라 중 하나다.
한편 오스틴 장관은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아시아안보회의를 계기로 등쥔 중국 국방부장과도 별도 대면 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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