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스 라일리와 스코티 셰플러(이상 미국)는 1996년생 28세 동갑내기, 사는 곳도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로 같지만 둘의 골프 인생은 판이하다. 셰플러가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통산 10승을 쌓으며 세계 랭킹 1위에 오른 사이 라일리는 1승과 세계 랭킹 250위에 불과했다.
그런 두 선수가 27일(한국 시간) 미국 텍사스주 포트워스의 콜로니얼CC(파70)에서 열린 PGA 투어 찰스 슈와브 챌린지(총상금 910만 달러) 4라운드에서 한 조에 묶여 맞대결을 펼쳤다. 승자는 이븐파 70타를 친 라일리. 최종 합계 14언더파 266타를 적은 라일리는 셰플러와 키건 브래들리(미국) 등 공동 2위 그룹(9언더파)을 5타 차로 제치고 정상에 섰다. 지난해 4월 ‘2인 1조’ 대회인 취리히 클래식 이후 통산 2승째다.
타이거 우즈에 견줄 만한 유망주로 평가받던 라일리는 주니어 시절 셰플러와 맞붙은 경험이 있다. 2013년 US 주니어 아마추어 챔피언십 때는 결승에서 셰플러를 만났다. 당시 라일리는 16번 홀 그린에서 어드레스를 했다가 볼이 살짝 움직인 사실을 자진 신고해 1벌타를 받기도 했는데 결국 셰플러에게 3홀 차 패배를 당했다. 2022년 PGA 투어에 데뷔한 그는 지난해 델 테크놀로지스 매치 플레이 조별리그 1차전에서도 셰플러와 맞붙어 1홀 차로 패한 바 있다.
이날 라일리는 4타 차 단독 선두로 출발했지만 상대는 올 시즌에만 4승을 쌓은 절정의 셰플러였다. 특히 전날 7타를 줄이고 우승 경쟁에 뛰어든 셰플러의 기세는 하늘을 찌르고 있었다. 하지만 라일리는 시속 20마일(약 32㎞)의 강풍이 몰아치는 코스에서도 침착하게 경기를 풀어나갔고 보기 4개를 범했지만 버디 4개로 타수를 지킨 끝에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셰플러는 버디 2개와 보기 3개로 1타를 잃었다.
경기 후 라일리는 “세계 랭킹 1위와의 대결이라면 마지막 홀까지 힘겨울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세계 1위가 목을 조여오면 샷이 편할 리 없다”면서도 “셰플러와 같은 타수로 출발한다고 생각하고 그를 이겨내려 했다. 끝까지 버텨낸 게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라일리는 우승 상금 163만 8000달러(약 22억 원)와 함께 올 시즌 남은 시그니처 대회인 메모리얼 토너먼트와 트래블러스 챔피언십 출전권을 손에 넣었고 세계 랭킹은 78위까지 끌어올렸다.
임성재는 버디 2개와 보기 4개로 2타를 잃었지만 한국 선수 중 가장 좋은 성적인 공동 9위(4언더파)에 올라 올 시즌 세 번째 톱10 입상이라는 수확을 거뒀다. 김주형은 공동 24위(1언더파), 이경훈 공동 32위(이븐파), 김시우는 공동 56위(4오버파)로 대회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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