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석유 공룡 셰브론과 석유탐사기업 헤스코퍼레이션이 합병으로 가는 첫 번째 장애물을 넘었다. 다만 헤스가 확보하고 있는 남미 가이아나 유전 사업권을 둘러싸고 엑손모빌과 법적 중재가 진행되고 있는 등 문제가 산적해 최종 합병까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관측이 나온다.
28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헤스는 이날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셰브론이 제시한 530억 달러(약 72조 원) 규모의 자사 인수안을 승인했다. 존 헤스 최고경영자(CEO)는 성명을 통해 “다수 주주가 이번 전략적 거래의 강한 가치를 인정해 기쁘다”며 “셰브론과의 합병이 성공적으로 완료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앞서 셰브론은 지난해 10월 헤스를 530억 달러에 인수하는 방안을 발표한바 있다. 헤스는 석유 및 천연가스 자원에 대한 독립 탐사를 진행하는 기업으로 특히 신흥 산유국으로 손꼽히는 남미 가이아나 해저 광구 사업권에 대한 지분 30%를 확보하고 있다. 가이아나 유전은 2015년 처음 발견된 후 탐사 및 개발이 계속 진행되고 있으며 확인된 매장량 규모가 점점 커지고 있어 세계 석유업계가 눈독을 들이고 있는 곳이다. 셰브론 역시 이 유전에 대한 권리를 확보하려는 목적으로 회사 역사상 최대 규모의 인수를 추진한 것이다. FT에 따르면 회사를 경영하는 헤스 가문의 지분 가치는 50억 달러를 인정받았다.
하지만 지난 3월 세계 1위 석유기업 엑손모빌이 해당 인수에 중재를 신청하면서 거래는 혼란에 빠졌다. 가이아나 유전 탐사의 초기부터 프로젝트를 주도하며 지분 45%를 보유한 엑손모빌은 헤스 보유 지분의 제3자 매각을 거부할 권리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셰브론과 헤스는 엑손모빌의 해석에 반대하고 있다.
다만 중재 절차가 진행중이라는 점에서 두 기업의 최종합병은 좀 더 두고봐야 한다는 관측이 높다. 앞서 셰브론은 엑손모빌에 유리한 결정이 나올 경우 헤스 인수에서 손을 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또 셰브론은 미 연방거래위원회(FTC)의 승인도 받아야 한다. 셰브론 측은 “향후 몇 주 안에 FTC 규제 절차가 마무리 될 것으로 전망한다”며 “우리의 선점권에 대한 입장이 중재를 통해 확인될 것으로 확신하며, 거래를 완료해 헤스가 셰브론에 합류하기를 고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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