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9일 “민생회복지원금을 반드시 똑같이 지급하라는 주장을 더 이상 하지 않겠다”며 민생지원금 차등 지원을 받아들이겠다고 밝혔다. 국민연금 개혁안과 관련해 여당안을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데 이어 민생지원금에 대해서도 기존 입장에서 후퇴하면서 유연한 이미지를 강조하려는 모습이다.
이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우리가 지향하는 가치가 보편 지원에 있고 세금 많이 낸 사람을 왜 정책 혜택에서 제외하느냐는 부당함 때문에 가급적이면 동일 지원하라고 요구했지만 이게 어렵다면 차등 지원도 수용하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민주당이 고수해 온 ‘전 국민 25만 원 보편 지원’ 방안을 내려놓은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소득 수준에 따라 지원금을 결정하는 ‘매칭 지원’ 방안을 제시했다. 이 대표는 “일정 소득 이하는 정부가 100% 지원하되 일정 소득 이상에 대해서는 일부를 본인이 부담하는 매칭 형태로 할 수도 있다”며 정부 지원 80%, 본인 부담 20% 혹은 정부 지원 70%, 본인 부담 30% 식으로 차등을 둘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민주당이 연금 개혁과 종합부동산세 완화에 이어 정부·여당의 입장을 수용하는 모습을 통해 이 대표가 대권 가도의 포석을 미리 깔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앞서 이 대표는 21대 국회 임기 종료를 앞두고 여야가 이견을 좁히지 못한 연금개혁안의 소득대체율을 놓고 국민의힘 측이 제시한 ‘44%안’을 전격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최근 박찬대 원내대표와 고민정 최고위원 등 당 지도부에서는 민주당의 대표 정책인 종합부동산세의 폐지·완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민주당의 종부세 완화 검토는 이 대표의 대선 공약과도 맞물려 향후 현실화할 수 있다는 관측에 힘이 실린다.
이 대표는 이날 정부·여당을 향해 민생지원금 지급의 구체적 내용을 놓고 “신속하게 만나서 협의하자”고 제안했다. 다만 국민의힘은 차등 지원이 보편 지원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입장이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이 대표의 제안에 대해 “민생지원금에 대한 입장은 여러 차례 말씀드렸다”며 부정적 입장을 보였다.
민주당은 예정대로 30일 의원총회에서 민생회복지원 특별법을 당론으로 채택할 예정이다. 진성준 정책위의장은 “이 대표가 차등 지급도 협의 가능하다는 입장을 내놓았는데 추 원내대표가 단칼에 거절했다”면서 “정부·여당이 법안 심사 과정에서라도 대안을 내놓을 수 있기를 바란다”며 22대 국회에서 적극 추진할 뜻을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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