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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원과 우산이 만났지만 평점은 반토막 '설계자' [정지은의 리뷰+]

영화 '설계자' 리뷰

강동원과 비, 우산의 조합…하지만 평점은 반토막

친절하지 않은 서사와 떨어지는 캐릭터 매력도

호불호 갈린다고? 그저 난해할 뿐

'설계자' 스틸 /사진=NEW




영화 '늑대의 유혹'에서 전설의 우산 등장 신으로 각인된 배우 강동원의 노력이 무색하다. 비 맞는 강동원이 모습이 다였던 영화 '설계자'의 이야기다. 개봉 이후 31일 오전 10시 기준 네이버 실관람객 평점 10점 만점에 6.06, 네티즌 평점 3.99를 기록한 이유는 무엇일까.

'설계자' 스틸 /사진=NEW


◇'기시감' 그리고 '조잡한 서사' = 시작부터 어디서 본 듯한 서사와 소재다. 예고편부터 '조작된 도시', '감시자들', '골든 슬럼버', '도둑들' 등을 종합한 팀플레이 영화 같다고 생각은 했지만 "선수 입장"이라는 대사만 등장하지 않았을 뿐 관객들의 외면을 받았던 작품들의 패인을 그대로 답습한다.

부패한 경찰과 정치인, 뉴스를 위해 영혼을 판 기자, 비자금 논란이라는 소재를 내세우는 것부터 타 작품에서 흔히 다뤘던 이야기들을 떠오르게 만들며 애매한 기시감을 유발한다.

문제는 흔히 다루는 소재를 이용하지만 현실 고증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그중에서도 현업에 종사하는 사람으로서 시체를 보고 놀라기는커녕 대놓고 카메라 플래시를 터뜨리며 시체 사진을 찍는 기자들의 모습은 위화감이 느껴진다. 아무리 픽션이라지만 언론이 시체를 찍은 사진, 살해를 당하는 장면을 그대로 보도하는 장면이 그대로 나오는 것은 현실과 매우 동떨어져 이입하기 힘들다.

'설계자' 스틸 /사진=NEW




◇'살신성인' 연기에도...반감된 캐릭터 매력도 = 가장 안타까운 것은 보석 같은 배우들의 연기력이 빛나지 못했다는 점이다. 고요와 분노를 오가는 감정 표현 연기를 소화해낸 강동원에 이어 재키 역의 이미숙, 여장 남자 월천 역의 이현욱, 막내 점만 역의 탕준상까지. 모두 작품에 살신성인했으나 시퀀스를 조각보처럼 이어 붙인 듯한 연출에 캐릭터의 매력까지 반감된다.

'팀 영일'을 구성하는 캐릭터들의 전사 또한 회상 신은커녕 대사 한두 마디로 설명될 뿐이다. 재키는 왜 약에 중독됐으며 월남전 이야기를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아이와 아내까지 있던 어린 가장 점만은 어쩌다 갑자기 오토바이를 끌고 달려오다 영일을 노린 버스 사고 앞을 막아서고 죽게 됐는지. 월천은 어떤 방식으로 돈을 받았는지.

야심 차게 등장한 사이버 렉카 하우저 (이동휘)는 작품에서의 존재 의미가 무엇이었는지. 이때까지 오해가 될 만한 무시무시한 말은 다 하던 치현(이무생)이 갑자기 약혼자라는 사실이 드러나 환한 웃음으로 최후를 맞이했는지. 이중 어떠한 질문에도 답을 찾기 힘들다.

'설계자' 스틸 /사진=NEW


◇'총체적 난국' 서사...'호불호' 아닌 '난해함' = 서사가 중구난방이다 보니 작품에 대한 해석도 제각각이다. 언론 시사 이후 평단의 리뷰, 그리고 개봉 이후 일반 관객들의 리뷰를 종합했을 때 대부분의 리뷰의 공통점은 받아들인 서사가 다 다르다는 것이다. 단순히 '호불호'가 갈리는 것이 아니다.

이유는 간단하다. 영화 자체의 불친절함이다. 극적으로 화면이 전환되거나 과거와 현재가 교차되는 장면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구체적인 설명이 제시되지 않는다. '테넷'(감독 크리스토퍼 놀란)의 유명한 감상평인 "스포를 하고 싶은데 스포를 할 수가 없다"가 떠오를 수준이다. 물론 '테넷'과는 다른 의미다.

'다양한 해석을 낳는다'는 것이 '좋은 영화'라는 의미는 아니다. 사회적인 소재를 쓰며 공포심만 조장하는 작품을 반대하는 입장으로서 메시지 하나 없는 '설계자'가 안타까울 뿐이다. 충격적으로 다가와야 하는 반전의 엔딩마저 '그래서 대체 무엇을 말하고 싶은가'를 떠올리게 만드는 '설계자'를 관객들이 받아들이기 힘든 이유는 감독에게 남은 숙제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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