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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기도, 설거지도…집중하면 삶 전체가 명상"

■ 조계종 '선명상' 프로그램 체험해보니

서울 진관사에서 맞이한 '나' 내려놓기

따뜻한 감정들 때 내 마음에게도 마음찜질

제때 명상 없으면…관계에도 악영향

지난 31일 서울 은평구 진관사에서 종교 기자단이 준한 스님(왼쪽)이 이끈 걷기 명상에 참여하고 있다. /사진 제공=조계종




“‘지금이 내 삶의 전부’라는 생각 하나로 온 마음을 집중하면 걷는 것도 설거지도 명상이 될 수 있습니다.” (조계종 홍대 선원 준한 스님)

지난 달 31일 서울 은평구 진관사 일주문 앞. 열 넷의 기자들이 저마다 입고 온 평상복을 벗고 흰 티에 겨자색 조끼와 고동색 하의의 수련복을 입고 줄을 섰다. 마음이 조금은 가벼워졌지만 불과 몇 분 전 송고한 기사와 관련해 이곳저곳에서 오던 연락들로 심장이 빠르게 뛰었고 머릿속은 부산스러웠다. 걷기 명상을 이끈 준한 스님은 단 두 가지만을 주문했다. 하나는 앞 사람과 2미터의 간격을 유지할 것. 다른 하나는 어떤 생각에도 휩쓸리지 않고 이 순간과 걷는다는 행위에 집중할 것. 일주문을 지나 진관사 경내로 들어서는 순간 주머니에 있는 스마트폰이 수차례 진동하기 시작했다. 첫 난관을 맞은 셈이었다. ‘내가 할 일은 하나. 오로지 걷기에만 집중할 것.’ 천천히 간격을 유지하고 침묵하며 걸음 명상을 시작했다. 이윽고 진동은 끝났고 땅에 처음 닿는 게 발의 어떤 부분인지, 흙을 밟을 때와 흙 위에 깔린 지푸라기 매트를 밟을 때는 어떻게 촉감이 달라지는지 햇빛이 어떻게 방향을 바꿔가는지 온전히 의식할 수 있었다. 문득 바위 틈에 핀 들꽃들 하나하나의 존재감이 눈에 들어왔다. 그렇게 시간 감각을 잊은 채 걸어 석탑을 지나 함월당으로 들어섰다.

지난 31일 서울 은평구 진관사에서 종교 기자단 열 네명이 준한 스님이 이끈 걷기 명상에 참여하고 있다. /사진 제공=조계종


함월당에서는 ‘자비 명상’을 이끌 혜주 스님(동국대 아동청소년교육학과 교수)을 중심으로 동그랗게 모여 앉았다. 혜주 스님은 눈을 감은 채 도움을 받았던 기억을 떠올려보라고 지도했다. 이 사람 저 사람들의 얼굴이 스쳐가기 시작했다. 한때는 너무 고마운 존재였으나 이제는 연락이 끊겼던 사람들도 떠올랐다. 따뜻한 감정과 동시에 상실감도 들었다. 이어 혜주 스님은 도움을 받았던 기억을 떠올릴 때 느꼈던 감정을 나의 마음에 되돌려줄 때라고 말했다. 눈을 감은 상태에서도 검은 따뜻한 기운의 색깔이 채워지는 느낌이었다.

“우리가 아플 때 아픈 부위에 따뜻하게 찜질을 해주잖아요. 우리 마음에도 그런 ‘마음 찜질’이 필요해요.”



31일 서울 은평구 진관사 향월당에서 혜주 스님(가운데)이 ‘자비 명상’을 지도 하고 있다. /사진 제공=조계종


이 프로그램은 조계종에서 전 국민을 대상으로 준비하고 있는 ‘선(禪)명상’ 체험 프로그램의 일부다. 불교에서의 ‘선’은 궁극적인 깨달음을 의미해 행복도 불행도 없는 해탈의 경지를 의미하지만 일반 국민들이 저마다 안고 있는 고민들을 내려놓기 위한 차원에서 시작됐다. 이번 프로그램에 참석한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 스님은 “우리 사회는 태어나서부터 죽을 때까지 경쟁이라 젊은이들이 너무 피로하다”며 “불교인을 넘어서 모든 국민들께 권유해 드리고 싶은 보편적인 명상, 국민체조 하듯 온 국민이 함께할 수 있는 마음 평안 운동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스님 /사진 제공=조계종


/사진 제공=조계종


5번 척추를 곧추세우는 것, 내 마음을 안으로 들이겠다는 의미에서 두 손을 앞에서 맞잡는 차수(叉手), 나의 가장 높은 머리 위를 당신의 가장 낮은 발 아래에 둬 절을 하는 것으로 나를 온전히 비워 당신을 받아들이겠다는 의지를 이해하는 것으로도 선명상에 가까이 갈 수 있다. 참선마을 선원장 금강 스님은 “우리가 샤워를 매일 하듯이 마음에도 샤워가 필요하다”며 “‘싹 걷어내고 태우지 않으면 다른 사람에게 왜곡된 영향을 주고 휩쓸려 살 수 밖에 없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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