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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신마비 행세·공범만 680명…끝모를 '모럴해저드'

[폭주하는 보험사기]

병원 영업이사 등이 지인 꼬드겨

허위 진료기록 발행 수십억 편취

작년 1조 적발…4년새 27% 급증





진료한 의사도 모르게 허위 진료 기록·영수증을 발행해 보험금 수십억 원을 편취한 일당이 경찰에 덜미가 잡혔다. 이들은 돈은 물론 보약 등을 미끼로 주변 사람들을 꾀기도 했다. 또 ‘전신 마비’ 증세가 있는 듯 보험사 직원을 속여 보험금을 받아낸 ‘가족 사기단’까지 등장하고 있다. ‘보험금=눈먼 돈’이라는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와 경기 침체가 맞물리면서 보험사기 행각이 확산되고 있어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경기 군포경찰서는 최근 경기도 안산시 소재 A한방병원 이사 B 씨와 원무부장 C 씨 등 3명을 구속했다. 이들은 60~80세 의사를 고용하고 진료 기록·영수증 등을 거짓으로 작성해 30억 원가량의 보험비를 편취한 혐의를 받는다. B 씨와 병원 영업이사 D 씨가 실손의료보험 가입자의 명의를 빌리는 등 이른바 ‘영업’을, C 씨는 각종 서류를 허위로 작성했다. 이들은 고용한 의사들조차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진료비를 부풀리거나 실제 진료 받지 않은 이들까지 보험 청구 대상에 포함시키는 등 각종 서류를 조작했다. 특히 B 씨와 D 씨 등은 ‘보험금 가운데 3분의 1을 지급한다’거나 ‘보약을 공짜로 제공하겠다’는 말로 지인 등을 꾀었다. 이들의 감언이설에 속아 공범으로 가담한 환자만도 680여 명에 이른다.



일가족이 짜고 ‘전신 마비’인 척 속여 보험금을 더 받으려다 법의 심판대에 오른 경우도 있다. 경찰에 따르면 20대 E 씨는 대장 수술 도중 오른팔 부위에서 발생한 의료 사고로 병원으로부터 3억 원의 합의금을 받았다. 이후 보험금을 편취할 목적으로 전신 마비인 양 진단서를 꾸몄다. 아버지·누나 등도 거짓말로 보험사기에 뛰어들었으나 E 씨가 멀쩡히 걷는 모습을 본 보험사 직원이 경찰에 진정서를 내면서 꼬리가 밟혔다.

보험사기는 해가 갈수록 지능화되며 늘고 있다. 2019년 보험사기 적발 금액은 8809억 원이었으나 지난해에는 1조 1164억 원으로 27%가량 급증했다. 보험사기에 가담했다가 적발된 인원도 같은 기간 9만 2538명에서 10만 9522명으로 늘었다.

경찰 관계자는 “실손의료보험은 실제 아프거나 다쳐서 손해가 난 만큼 지급하는 게 정상으로 통원 치료·입원 등 치료 목적이어야 한다”며 “주변에서 실손의료보험으로 보약을 지어준다거나 미용 목적으로 한다는 말을 한다면 보험사기가 아닌지 의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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