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로 전위예술가 김구림(88)이 김성희 국립현대미술관 관장을 경찰에 고소했다. 지난해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진행한 작가의 회고전 관련 도록을 제작하는 과정에서 미술관 측이 저작권법을 위반하고 자신의 명예를 훼손 했다는 이유다.
5일 서울 종로경찰서에 따르면 김구림은 이같은 내용을 담은 고소장을 지난 4일 종로경찰서에 접수했다. 작가와 미술관은 지난해 8월부터 올해 2월까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열린 김구림 작가의 회고전과 관련해 전시 기획 단계부터 수차례 갈등을 빚어 왔다. 기획 초반 작가가 미술관 외벽을 묶는 작가의 과거 퍼포먼스를 재현 하겠다고 미술관에 제안했으나, 미술관이 “건물이 문화유산으로 등록돼 있어 일정 내에 행정적 절차를 처리할 수 없다”며 이를 수용하지 않은 게 화근이다.
이후 갈등은 도록 제작 문제로 이어졌다. 통상 한 작가의 개인전이 열리면 전시 기관은 전시된 작품을 중심으로 글과 이미지가 담긴 도록을 제작한다. 미술관 역시 지난 2월 20일 8편의 글과 도판 및 자료 420여 점이 수록된 도록 1쇄를 발간했다. 하지만 작가는 도록의 인쇄 상태가 실물과 다르다며 이를 폐기하고 재인쇄할 것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진다. 미술관 측은 작가의 요구를 반영해 2쇄를 제작하려 했으나, 양측의 입장이 맞지 않아 협의가 결렬됐다.
이날 미술관은 입장문을 통해 “애초 작가가 논의 도중 전시에 출품되지 않은 작품 도판을 삽입해달라고 하는 등 사실상 새 도록을 만들 것을 요구했다”면서 “한정된 국가 예산을 쓰는 미술관 입장에선 감당하기 어려워 논의가 중단된 상태”라고 말했다. 현재 작가의 도록 1쇄는 배포가 보류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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