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번과 18번 홀 깃대에 태극기가 꽂혔다. 156명 출전 선수 전원과 캐디, 대회 관계자까지 태극기 배지를 달았고 묵념으로 가슴속에 대한민국을 새겼다. 그리고 이날 날아오른 것은 ‘대한(大韓)’이었다. 2010년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에 데뷔한 이대한(34)이 그 대한이다.
이대한은 6일 경남 양산의 에이원CC(파71)에서 열린 KPGA 투어 제67회 KPGA 선수권 1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버디만 8개로 8언더파 63타를 쳤다. 7언더파 3위 옥태훈과 1타 차로 전가람과 함께 공동 선두다.
이날 이대한이 작성한 8언더파 63타는 개인 최소타 기록이다. 종전 기록은 2019년 SK텔레콤 오픈 1라운드에서 적은 7언더파 64타다. 지난주 대회인 데상트코리아 매치플레이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는 후반 9홀에서 신들린 듯 9타를 줄이기도 했는데 매치플레이 방식으로 치러진 대회라 개인 최소타로 인정받지 못했다.
이날 3~5번 홀 3연속 버디를 낚은 이대한은 7번 홀(파4)과 9번 홀(파5)에서 각각 두 번째 샷과 세 번째 샷을 핀 1m 안쪽에 붙여 전반에만 5타를 줄였다. 13번 홀(파5)에서 한 타를 더 줄인 그는 이후 중장거리 퍼트 성공으로 두 타를 더 줄였다. 15번(파4)과 18번 홀(파4)에서 약 7m 거리의 퍼트를 홀에 떨어뜨렸다.
경기 이후 이대한은 “전반에는 티샷이 러프나 벙커에 몇 차례 빠졌지만 중거리 퍼트가 받쳐줘 스코어를 줄일 수 있었다”며 “후반 들어서는 샷 감이 좋아졌고 18번 홀에서 먼 거리의 버디 퍼트도 들어갔다. 퍼트를 23개로 막았는데 오랜만에 ‘그날’이 온 것 같았다”고 했다. 이어 “아직 첫 승이 없기 때문에 목표는 우승이다. 우리나라 최고의 대회인 KPGA 선수권에서 우승을 한다면 골프 인생 최고의 순간이 아닐까 싶다”고 힘줘 말했다.
KPGA 선수권은 1958년 6월 12일 대한민국 최초의 프로골프 대회로 첫선을 보인 뒤 지금까지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열렸다. 총상금 16억 원, 우승 상금 3억 2000만 원 규모로 지난해 대비 총상금 1억 원을 증액해 KPGA 투어 단독 주관 대회 중 최대 상금 규모다. 우승자에게는 제네시스 포인트 1300포인트와 투어 5년 시드(2025~2029년)가 주어진다. 이 대회 평생 출전권도 얻는다.
전가람도 이날 보기 없이 버디만 8개로 8타를 줄였다. 2022년 12월 전역 이후 손목 부상으로 고생했던 그가 5년 만에 하는 통산 3승 도전이다. 직전 데상트코리아 매치플레이에서 우승한 김민규는 공동 4위(6언더파)로 첫날을 마쳐 2주 연속 우승을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1년여 만에 국내 팬들 앞에 선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2승의 배상문과 지난해 다승왕(3승) 고군택은 3언더파 68타를 쳤다. 1987·1988년 우승자 최윤수 이후 36년 만에 이 대회 2연패에 도전하는 최승빈은 이븐파 71타를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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