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 성향의 영화배우 조지 클루니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국제형사재판소(ICC)의 이스라엘 지도부 체포영장 청구를 비난하자 백악관에 항의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본인이 지지하는 조 바이든 대통령과 국제 인권변호사인 배우자 사이에서 난처한 입장에 처한 것이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클루니는 지난달 스티븐 리셰티 대통령 고문에게 전화해 바이든 대통령이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와 요아브 갈란트 국방장관 등 이스라엘 지도부에 대한 ICC의 체포영장 청구를 비난한 것에 우려를 표명했다. 바이든은 카림 칸 ICC 수석 검사가 벤야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요아브 갈란트 국방장관에 대한 체포 영장을 청구한 것과 관련해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책임이 동등하지 않다” “터무니없다(outrageous)”고 말한 바 있다. 클루니는 이에 불만을 토로했다고 전해졌다.
클루니의 이같은 우려는 미국 정부가 ICC에 대한 제재를 부과할 경우 이를 조력한 배우자도 제재 대상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의 아내 아말 클루니는 ICC 전문가 패널에 합류해 이스라엘과 하마스 지도부의 전쟁 범죄 협의와 관련한 증거 검토와 법적 분석에 참여했다.
그는 영장 청구 후 낸 성명에서 “패널은 이스라엘과 하마스 지도부가 ‘전쟁범죄와 반인도적 범죄를 저질렀다고 믿을만한 합리적 근거가 있다’고 만장일치로 결론 내렸다"면서 영장 청구를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바이든 대통령은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에는 어떤 동등성도 없다"며 영장 청구를 강력히 비판하고 나섰다.
바이든 측은 이번 사태가 클루니의 향후 행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클루니는 자신이 참석하기로 한 바이든 대통령 재선 모금행사를 수주 앞둔 상황에서 리셰티 고문에게 전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클루니는 오는 15일 로스앤젤레스 열리는 모금행사에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 배우 줄리아 로버츠와 함께 등장할 예정인데, 바이든 대통령의 참모들은 클루니가 ICC 문제 때문에 행사에 불참할 가능성을 우려했다. 그러나 클루니는 여전히 행사에 참석할 예정이라고 소식통들은 WP에 전했다.
클루니는 2020년 대선 때 바이든 대통령에게 50만달러 이상을 기부했으며 가상 모금행사를 주최해 700만달러를 거둬들이는 등 오랜 기간 민주당을 후원해온 ‘큰 손’이다. 2014년 클루니와 결혼한 아말은 레바논계 영국인 인권변호사로, 클루니와는 17살 차이다. 바이든은 종종 공식 석상에서 클루니를 “아말의 남편”이라 표현하며 그의 배우자를 치켜세우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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