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과 과학은 생각보다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미국 주요 종합대학에서는 공과·의과 대학 학생들이 무용 수업을 들으며 인체학, 해부학을 공부하기도 합니다. 이처럼 학문 간 경계가 사라지는 시대에 성신여대는 통합적·융합적 사고를 하는 창의적 인재 양성에 힘쓸 것입니다.”
이성근 성신여대 총장은 최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그동안 대학들이 행정적 단위인 학과를 운영해왔는데 앞으로는 전공 중심의 시스템으로 나아가야 한다”며 이처럼 말했다. 예컨대 국문학, 역사학 등은 콘텐츠를 중심으로 하는 문화예술 경영학에 필수며 광고·마케팅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 경영학 모두와 연계된 만큼 더 이상 학과 간 칸막이가 무의미하다는 게 이 총장의 설명이다. 그는 “대학에서는 특정 학과를 다니는 게 아니라 특정 유형의 공부를 한다는 개념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신여대가 2025학년도부터 예체능 계열의 무전공 선발을 추진하는 것도 이 같은 배경에서다. 성신여대는 내년도부터 미술대학과 음악대학, 뷰티산업학과, 스포츠과학부 등 예체능계열 신입생 103명을 자유전공으로 뽑는다. 이 총장은 “현재 예술대학은 전문적인 무용수나 연주자를 양성하는 데에만 집중하고 있다”며 “결국 1~2명의 연주자 등만 살아남고 나머지 학생들은 취업이 어려운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미국 미시간 대학은 이미 오래 전부터 동양 무용, 음악, 춤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학생을 선발하고 예체능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미국에서는 공과대학 학생들이 인공지능(AI) 기반 로봇을 개발하기 위해 무용 전공 수업을 수강하기도 하는데, 이처럼 전공을 기반으로 자신의 길을 찾을 수 있도록 융합 교육을 제공하는 게 종합대학이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 총장은 대학이 학생 진로 설계 시스템을 잘 구축하면 무전공 확대로 인한 특정 학과로의 쏠림, 기초학문 고사와 같은 부작용은 최소화할 수 있다고 봤다. 성신여대는 내년부터 무전공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할 계획이다. 무전공 TF에서는 융합 전공의 비율과 세부 운영 방안 등을 논의하고 무전공으로 입학한 신입생들에게 진로·전공 상담 프로그램을 제공할 예정이다. 성신여대는 이미 2020년부터 학생진로종합시스템 ‘선샤인(SunShine)’을 자체 개발해 입학에서 졸업까지 학생의 생애주기에 따라 대학생활 전반을 데이터베이스화(DB)해 △대학생활 △진로설계 △경력개발 △실전취업 △학생상담 △현장실습 등을 체계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이 총장은 이 같은 원스톱 지원 시스템을 기반으로 무전공 입학생들이 효과적으로 진로와 전공을 선택할 수 있도록 상담 프로그램 등을 고도화하겠다는 구상이다. 이 총장은 “무전공으로 입학하면 학교에서 방황하는 일이 생길 수 있다”며 “학생들이 원하는 전공을 선택할 수 있도록 온·오프라인 상담, 교수·선배와의 대화 등을 활성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총장은 이와 더불어 대학 교육의 국제화와 산학협력 확대로 경쟁력 제고에 힘쓸 계획이다. 성신여대는 내년도부터 100% 영어로 강의하는 뷰티·패션디자인전공을 포함한 국제학부를 신설해 다양한 문화권의 국제 학생들을 유치할 계획이다. 오는 9월에는 성신여대가 직접 운영하는 세종학당을 폴란드에 새로 열어 현지 대학생들에 한국어를 가르치고 대학 간 교류를 촉진한다. 성신여대 교수들이 직접 현지 세종학당에 파견돼 수업도 진행하게 된다. 현재 성신여대는 중국, 크로아티아 등 2개국에 세종학당을 운영하고 있다. 또 올 하반기부터는 산학협력 연구를 늘리고 연구과제 연구비 예산 및 연구장려금 지원액을 확대할 방침이다.
이 총장은 “20년 후의 성신여대는 지금보다 조직이 슬림화·특성화된 형태로 발전할 것”이라며 “사회의 교육 리더 역할을 하기 위해 교육 혁신을 고민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