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화기 너머 아이 울음소리만 들리는 112신고를 접수한 경찰이 발빠르게 위치를 추적해 신고자를 찾아낸 사연이 뒤늦게 알려졌다.
지난달 17일 서울에 사는 김모씨는 서울 남대문경찰서 칭찬 게시판에 “어제 출동해주신 중림파출소 경찰관 분들께 죄송하고 감사드립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11일 남대문서에 따르면 당시 지령실에서는 아이의 우는 소리가 수화기 너머로 5초가량 들린 뒤 전화가 끊긴 신고를 접수했다. 이에 경찰은 휴대전화 위칫값을 파악해 관할 지역 파출소인 중림파출소와 강력팀, 여청수사팀, 실종팀을 현장에 출동시켰다.
현장에 도착한 경찰은 휴대전화 소유자 조회 등을 통해 1300여 세대 아파트 내에서 전화가 걸려 온 집을 특정했다. 경찰은 아동학대나 가정폭력 등의 사안이 아니라, 3살 아이가 부모의 휴대전화를 가지고 놀다가 전화가 잘못 걸린 것을 확인하고 사건을 종결했다.
아이의 부모인 김씨는 게시판에 “어젯밤 저희 아들이 긴급통화 112 번호를 여러 번 눌러 중림파출소 경찰관분들께서 출동해 주셨다”며 "바쁠 텐데 출동해 줘서 정말 죄송했고, 아이를 잘 지도하여 앞으로 비슷한 일이 생기지 않도록 하겠다"면서도 "한편으로는 실제 범죄 상황이었다면 너무 든든했을 것 같다"고 적었다.
남대문서 김지용 범죄예방대응과장은 "신고자가 말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112 신고로 위급 상황을 알린 것이라고 생각해 출동한 것"이라며 "가해자가 같이 있거나 말을 하기 어려운 상황에는 112 신고 후 숫자 버튼만 누르면 긴급 신고로 판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신속 대응이 가능했던 것은 2022년부터 시행 중인 '말 없는 112 신고 캠페인 똑똑' 덕분이다. 스토킹 범죄, 가정폭력, 아동학대 등 가해자와 함께 있어 말로 하는 신고가 어려운 경우 등 숫자 버튼만 ‘똑똑’ 눌러 112에 신고할 수 있다. 112에 전화를 걸고 경찰관의 안내에 따라 숫자 버튼을 ‘똑똑’ 누르기만 하면, 소리를 들은 경찰은 ‘보이는 112’ 링크가 담긴 문자메시지를 발송한다. 이후 신고자 위치와 신고자 휴대전화로 찍히는 현장 상황이 112 요원에게 실시간 전송되는 방식이다.
다만 허위로 신고할 경우 경범죄처벌법 제3조에 따라 60만원 이하의 벌금이나 구류 및 과태료 처분을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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