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압구정 롤스로이스 사고’ 가해 운전자에게 마약류를 처방하고 환자들을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40대 의사가 1심에서 중형을 선고받았다.
1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부장 강두례)는 의료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의사 염모 씨에게 징역 17년과 벌금 500만 원을 선고했다. 또 792만 원 추징과 5년간 보호관찰도 명령했다.
염 씨는 지난해 8월 약물에 취해 차를 몰다 행인을 치어 숨지게 한 ‘롤스로이스 사건’ 운전자 신모 씨에게 프로포폴, 미다졸람, 디아제팜, 케타민 등을 혼합해 투여하고 진료기록부를 허위로 기재한 혐의를 받는다. 또 지난해 10월 초부터 의사 면허가 정지된 상태로 환자에게 프로포폴 등을 투여하는 의료행위를 한 혐의도 받는다.
수면마취 상태인 여성 10여 명을 불법적으로 촬영하고 일부 환자를 성폭행한 혐의도 있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그에게서 여성 환자의 성기 등 신체 부위를 촬영한 사진 544장이 발견되기도 했다. 한 피해자는 그의 성범죄로 인한 스트레스로 최근 숨진 채 발견됐다.
이날 염 씨의 혐의 대부분을 유죄로 인정한 재판부는 “마약류 남용을 예방하고 중독자에 대한 치료보호와 사회 복지에 앞장서야 할 의사가 프로포폴 처방을 통한 돈벌이에만 급급했다”며 “이 외에도 개설 신고가 돼 있지 않은 장소에서 진료하고 의사 면허가 정지된 상태에서 의료행위를 했다. 고도의 도덕성을 요하는 의료인으로서 도덕적 해이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고 일갈했다. 그러면서 “히포크라테스 선서 중 의사는 환자에게 해를 입히면 안 된다는 정언을 정면으로 위반했다. 피해자들이 입은 충격, 상처를 극복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또 “의사 지위를 이용해 수면마취 중인 피해자들을 성적 대상으로 삼은 범행 역시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며 “히포크라테스 선서 중 의사는 환자에게 해를 입히면 안 된다는 정언을 정면으로 위반했다. 피해자들이 입은 충격, 상처를 극복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재판 이후 피해자의 법률대리인은 피고인 측이 선고 이틀 전 1인당 500만 원씩 기습 공탁한 것을 밝혔다. 그는 “양형 참작을 받기 위한 보여주기식 공탁을 보인다”며 “피해자들은 전혀 수령하고 싶지 않다는 의사를 표했다”고 전했다.
한편 염 씨에게 마약류를 처방받아 행인을 숨지게 한 롤스로이스 운전자 신 씨는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도주치사 등 혐의로 구속기소돼 지난 1월 1심에서 징역 20년을 선고받았다. 신 씨는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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