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대한의사협회(의협)와 의대 교수들이 18일 예고한 집단 휴진과 관련해 일방적 진료 예약 취소가 의료법상 금지된 ‘진료 거부’에 해당할 수 있다며 엄정히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전병왕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13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에서 “환자의 동의와 구체적인 치료 계획 변경 없이 일방적으로 진료 예약을 취소하는 것은 진료 거부에 해당할 수 있다”고 밝혔다. 현행 의료법은 의료인 또는 의료기관 개설자가 진료 요청을 받으면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이를 위반했을 때 벌칙도 명시하고 있다. 전 실장은 “환자가 아니라 의사가 노쇼(no show) 하면 안 되지 않겠느냐”며 “정부는 비상 진료 체계를 굳건히 유지하면서 불법행위에는 엄정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의협이 18일 전국적 집단 휴진과 총궐기대회를 예고한 가운데 전국 40대 의대 교수가 속한 전국의대교수협의회도 집단행동에 적극 동참한다는 입장을 밝혀 전국 의료기관 셧다운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정부는 전국 의료기관 3만 6000여 곳에 진료명령과 휴진신고명령을 내린 데 이어 18일 당일에는 휴진 여부를 전화로 확인한 뒤 시군 단위로 휴진율이 30%를 넘으면 후속 조치를 진행하기로 했다. 집단 휴진 피해사례를 접수하는 129 피해신고지원센터의 업무 범위는 이날부터 의원급까지 확대했다.
의대 교수들에 대해서는 중환자실이나 응급실을 지키기로 했으므로 당장 행정명령을 내릴 계획은 없지만 환자 피해가 발생하면 필요한 조치를 하겠다는 방침이다. 전 실장은 “교수는 기본적으로 의료법을 떠나서 집단행동이 금지되어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개별 교수들 중 강경한 일부가 휴진에 동참하는 걸로 알고 있다”며 “휴진을 하더라도 중환자실, 응급실은 지키겠다고 한다. 대부분은 환자 곁을 지킬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정부는 한편 중도 사직한 전공의들의 1년 내 재수련을 제한하는 지침을 완화할 수 있을지 검토에 들어갔다. 전국 211개 수련병원들과 복지부는 전날 비대면 형태로 열린 간담회에서 일부 수련병원 기조실장·수련부장들은 사직 전공의들이 올 9월 혹은 내년 3월 복귀할 수 있도록 ‘전공의 임용시험 지침’을 일시적으로나마 풀어달라고 건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 실장은 “전공의 사직서 수리와 관련된 절차와 그 외 추가적 의견을 듣고 검토하는 자리였다”며 “전공의들의 빠른 복귀에 도움이 될 방법이 있다며 건의한 의견 중 하나”라고 전했다.
현행 전공의 임용시험 지침은 수련 기간 도중 사직한 전공의는 1년 이내에 같은 과목, 같은 연차로 복귀할 수 없다고 규정한다. 전공의 선발은 매년 3월에 수련을 시작하고 9월에는 일부 결원을 채우는 형태로 진행한다. 이번에 사직 처리된 전공의는 올 9월이나 내년 3월에는 동일 과목 및 연차로 지원이 불가능하다. 적어도 내년 9월, 이마저도 결원이 없으면 2026년 3월에나 수련 과정에 복귀할 수 있다.
정부는 수련병원 측의 건의를 검토한다는 입장이지만 전공의 신분이 유지되는 상태에서 신속하게 복귀하는 게 최선이라는 입장이다. 전 실장은 “어떤 신분에서 배제되는 것과 그 신분을 유지하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다”며 “미복귀하면 어떻게 되겠느냐. 그게 9월이든 3월이든 다시 전공의가 되려고 하면 경쟁을 통해서 그 자리로 가야 하고 그건 자신의 자리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17일부터 무기한 집단 휴진하는 서울의대·병원 교수 비대위는 하루 전인 16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의원들과 만나기로 했다. 집단 휴진 사태 해결의 실마리를 마련할 수 있을지 관심이다. 강희경 비대위원장은 “전날 저녁 병원으로부터 국회와의 만남을 제안받았다”며 “우리의 요구 사항을 얘기하고 국회 차원의 도움을 물어보려 한다”고 말했다. 비대위는 앞서 11일 한덕수 국무총리와 만나 의료계의 요구 사항을 전달하고 사태 해결을 위한 정부 역할을 촉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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