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 야당의 독주에 속수무책이던 국민의힘이 위증 교사 혐의로 재판을 받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녹음 파일을 공개하며 반전을 꾀하고 있다. 그간의 소극적 행보에서 벗어나 선제 공격을 통한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부각시켜 야당에 빼앗긴 정국 주도권을 되찾겠다는 전략이다. 이에 민주당은 정부·여당은 물론 검찰과 사법부를 겨냥한 집중포화로 맞불을 놓으며 이 대표 방어에 나섰다.
박정훈 국민의힘 의원은 17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대표가 위증 교사 혐의 재판과 관련해 핵심 증인 중 한 명인 김진성 씨와 대화한 내용이 담긴 음성 자료를 공개하며 “명백한 위증 교사”라고 주장했다. 세 차례에 걸친 통화를 편집한 약 4분 분량의 녹취 파일은 이날 국민의힘 의원총회에서도 공개됐다.
이 대표는 경기도지사 시절이던 2018년 12월 당시 김병량 성남시장의 수행비서였던 김 씨에게 수차례 연락해 자신의 ‘검사 사칭 사건’ 관련 선거법 재판에서 위증해달라고 요구한 혐의로 지난해 10월 기소됐다. 김 씨는 이 대표의 재판에서 자신이 위증했다고 자백한 바 있다.
이날 공개된 녹취 파일은 검찰의 기소 판단에 결정적 근거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녹취록에서 이 대표는 김 씨에게 “주로 내가 타깃이었던 것, 이게 지금 매우 정치적인 배경이 있던 사건이었다는 점들을 좀 얘기해주면 도움이 될 것 같다”며 “변론 요지서를 하나 보내드리겠다. 그때 우리 주장이었으니까 한번 기억도 되살려보시고”라고 말했다. 또 이 대표가 “시장님 모시고 있던 입장에서 한번 전체적으로 얘기를 해주면 크게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발언한 것도 포함됐다. 이에 김 씨는 녹취에서 “어떤 취지로 그 저기(증언)를 해야 할지 (알려달라)” 등의 발언을 했다. 이를 두고 박 의원은 “위증 증거가 녹취를 통해 분명히 확보됐다”면서 “기억나지 않는다는 사람에게 이렇게 진술해달라는 취지로 말한 것은 명백한 위증 교사”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이 녹취 파일 카드를 꺼내든 것은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거듭 부각시키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현직 대통령의 불소추 특권을 규정한 ‘헌법 제84조’ 논쟁에 불을 지피면서 이 대표의 형사사건들이 재조명받고 있는 만큼 검찰 수사에 힘을 실어주는 동시에 이 대표를 향한 비판적 여론을 조성하겠다는 판단에서다. 실제로 한국갤럽이 이날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형사 사건으로 기소돼 재판받는 피고인이 대통령이 될 경우 재판 진행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라는 질문에 응답자의 73%는 ‘계속해야 한다’고 답했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이날 “이재명 지지자들은 판사 탄핵 운동을 벌이고, 친명계 의원들은 이재명 옹호에 나서고, 민주당 법사위는 사법부를 무력화시키고 있다”고 꼬집었다.
여당의 집중포화에 이 대표와 민주당도 총력 방어에 나섰다. 이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증거고 뭐고 다 떠나서 삼척동자도 알 수 있는 상식에 어긋난 주장을 검찰이 하는 것”이라며 검찰의 ‘쌍방울 대북 송금 의혹’ 추가 기소에 반박했다. 민주당 정치검찰사건조작 특별대책단은 이 대표에게 불리한 허위 진술을 했다며 안부수 아태평화교류협회장과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을 각각 모해위증 및 모해위증 교사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이해식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 대표의 음성 자료를 공개한 박 의원을 겨냥해 “검찰의 나팔수”라고 규정하며 검찰과의 유착설을 제기했다.
한편 여론조사와 관련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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