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19일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2대 국회 전반기 법제사법위원장과 운영위원장을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1년씩 순차적으로 맡자고 제안한 데 대해 단번에 거절했다. 민주당은 오히려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금지’ 등을 역제안하며 정부·여당을 압박했다.
우원식 국회의장이 여야에 이번 주말까지 원 구성 협상을 종료해달라고 통보한 가운데 국민의힘의 ‘마지막 제안’에 대해서도 민주당이 수용 불가 방침을 밝히면서 야당 단독의 반쪽짜리 국회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추 원내대표는 19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이재명 대표 구하기’ 등의 이유로 도저히 수용하기 어렵다면 법사위와 운영위를 앞의 1년은 민주당이 맡고, 다음 1년은 국민의힘에 돌려달라”고 말했다. 추 원내대표는 이 협상안에 대해 ‘마지막 제안’이라고 언급한 뒤 “국회의장이나 거대 야당도 진정성 있는 수정 타협안을 진지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거듭 요청했다.
추 원내대표의 제안이 거절되기까지는 채 5시간도 걸리지 않았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같은 날 오후 국회 기자 간담회에서 “원 구성을 불법으로 했다고 주장하면서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한 지 하루 만에 ‘1년씩 나눠 하자’는 게 도대체 말이 되느냐”며 “참 황당하다”고 거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거부 이유로 추 원내대표의 협상안에 대한 ‘진정성’을 문제 삼았다.
박 원내대표는 “대통령이 총선 민심을 수용해 국정 기조를 바꾸고 국민의힘도 대통령이 아니라 국민을 위해 일하는 모습을 보여야 신뢰가 싹트고 대화가 가능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박 원내대표는 △윤석열 대통령은 1년간 거부권 행사 금지 △국민의힘의 국회 운영 적극 협조 △국민의힘도 대통령의 입법권 침해에 적극 항의 등의 세 가지 조건을 역제안했다. 아울러 “1년간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이 변화의 모습을 보이고 실천으로 신뢰할 수 있다는 점을 입증한다면 추 원내대표의 제안에 대해서도 충분히 긍정적으로 검토가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여야 원내 수장이 서로의 제안만을 주고받으면서 이날 이어진 원 구성 협상도 빈손으로 마무리됐다. 배준영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와 박성준 민주당 원내수석이 이날도 국회에서 만나 논의를 이어갔지만 진전된 내용은 없었다.
여야가 출구 없는 공방전만 벌이는 사이 6월 임시국회의 회기도 어느덧 절반을 지나간 가운데 우 의장은 “이번 주말까지 원 구성 협상을 종료해달라”며 양측에 최후통첩을 보냈다. 우 의장은 이날 입장문에서 “6월 임시회 회기 내에 국회법이 정한 교섭단체 대표 연설과 대정부 질문 등을 마치려면 시간이 촉박하다”며 “국민께서 보시기에 합당하고 바람직한 모습으로 원 구성을 마치도록 협상에 임해달라”고 촉구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우 의장이 ‘이번 주말’을 데드라인으로 정한 상황에서 여권 내부에서도 ‘7개 상임위라도 가져오자’는 의견이 있는 만큼 법사위와 운영위를 배제한 가운데 논의가 진전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추 원내대표의 ‘마지막 제안’에 박 원내대표가 여당이 수용할 수 없는 역제안으로 거부하면서 야당이 주도하는 반쪽짜리 국회 상태가 장기화될 수 있다는 우려에 더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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