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국 정부가 국방력 강화 차원에서 ‘여성 징집’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높아지는 지정학적 위기감에 병력 확충이 급선무지만 남성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19일(현지 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미 의회는 여성으로까지 징병 대상을 확대하고 징집 대상자를 자동 등록하는 등 의무 징병제를 개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실제 미 상원 군사위원회가 이달 14일 가결 처리한 국방수권법안(NDAA)에는 관련 법을 개정해 여성도 당국의 징병 대상으로 등록하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미국은 징병제가 아닌 모병제를 운영하고 있지만 현행법은 18~25세 남성을 징집 대상에 의무 등록하게끔 하고 있다. 전쟁 발발 시를 대비해 징집 대상자 정보를 미리 확보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자원 입대하는 인력이 크게 줄면서 미군은 신병 모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여성도 징집 대상에 넣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는 것이다.
미국에서 여성 징집이 본격 논의되기 시작한 것은 2020년부터다. 군사 전문가로 구성된 패널은 2020년 의회에서 여성을 징병 대상에 포함시키는 것이 미국의 국가 안보 이익에 부합한다고 제안한 바 있다. 이후 의회는 해당 제안을 수차례 검토했으나 법 개정 전에 모두 폐기 처분됐다. 이번 법안도 원안 그대로 통과될 수 있을지는 두고봐야 한다고 NYT는 전했다.
여성 징집제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안보 위기가 높아진 유럽에서 더욱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다. 전쟁 3년 차로 접어든 우크라이나는 부족한 국방 인력을 보충하기 위해 여성 징집과 여성 군인의 보직 확대를 동시에 추진 중이다. 현재 우크라이나 군대에는 약 6만 5000명의 여성이 복무하고 있으며 이는 러시아 침공 직전인 2021년에 비해 40%가량 늘어난 규모다. 우크라이나는 여성으로만 구성된 드론 부대 창설 등 여성 전투 병력의 육성도 적극 검토하고 있다. 러시아도 여성 죄수를 대상으로 입대를 장려하는 등 여군 확대를 꾀하는 모습이다.
올 3월에는 덴마크가 ‘변화한 안보 환경에 대비한다’는 목적으로 여성 징병을 실시하기로 하면서 노르웨이·스웨덴에 이은 유럽 내 세 번째 여성 징병제 도입 국가가 됐다.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는 남성뿐 아니라 여성 역시 18세가 되면 군에 입대해 11개월간 복무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2016년 여성 징병제를 도입한 노르웨이는 여성과 남성 모두 동일하게 1년간 의무 복무를 수행하고 있으며 스웨덴은 2018년부터 징집 대상에 여성을 포함했다. 독일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안보 우려가 커지자 양성 징병제 도입을 논의했다가 여론의 반대에 선택적 군 복무로 선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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