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가 한국이 주도하는 글로벌 의제인 사이버 안보 문제와 관련해 이사회 차원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는 공감대를 형성했다.
유엔 안보리는 20일(현지시간) 한국 주도로 사이버안보를 주제로 한 고위급 공개토의를 개최했다. 이날 행사는 이달 안보리 의장국을 맡은 한국의 의장국 대표행사 차원에서 열렸다.
회의 시작에 앞서 의장국인 한국을 대표해 참석한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안보리 회의장 앞에서 약식 회견을 열고 한미일 등 유엔 회원국 63개국과 유럽연합(EU)을 대표해 사이버안보 관련 공동선언을 발표했다. 조 장관은 공동선언에서 “다크 웹과 암호화폐 강탈을 통해 창출된 불법 수익은 관련 유엔 안보리 결의와 국제법을 위반하여 테러 활동과 핵 및 대량살상무기 개발을 지원하는 데 악용될 수 있다”며 “이러한 측면에서 사이버 위협과 국제 안보의 연관성은 분명하며, 안보리는 책임을 다하기 위해 사이버 위협을 해결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공동성명에는 아시아태평양, 유럽, 중동, 북미, 중남미, 아프리카 등 다양한 지역을 대표하는 국가들이 두루 동참했다.
조 장관은 공동성명 후 진행된 공개토의에서 “대한민국도 악의적인 사이버 위협과 안보 영향에 더 이상 벗어나 있지 않다”며 “최신 전문가 패널 보고서는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프로그램 자금의 40%를 불법 사이버 활동을 통해 조달하고 있다고 고발했다”며 “북한은 디지털 수단을 통해 안보리가 채택한 제재를 조직적으로 회피하고 (핵) 비확산 체제에 도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안보리는 모랫 속에 머리를 파묻어선 안된다”며 안보리에 △사이버 안보에 대한 상황 파악(진단) △사이버 안보에 대한 의제 설정(처방) △안보리 차원의 책임 추궁(치료) 등 3단계 대응 방안을 제시했다. 조 장관은 “국경이 없는 사이버 공간의 특성으로 인해 디지털 선진국이든 취약한 국가든 모든 국가가 악의적인 사이버 활동의 피해에 노출되어 있다”며 “사이버 공간에서의 국제 보안은 가장 취약한 고리(에 있는 국가의) 수준 만큼만 안전한 것”이라고 대응을 촉구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유엔 회원국들은 유엔총회의 지원 아래 몇 달 내에 새로운 사이버 범죄 조약에 대해 합의를 도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이 조약을 통해 온라인상의 인권을 보호하고 협력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주유엔 미국대사는 이어진 발언에서 러시아의 정보당국이 우크라이나와 독일, 체코, 리투아니아, 폴란드, 슬로바키아, 스웨덴 등지에서 정당 등을 표적으로 사이버 활동을 펼쳤으며 나아가 각국 인프라나 병원에 심각한 피해를 준 랜섬웨어 공격자들에게 피난처를 제공해왔다고 고발했다.
안보리가 사이버안보를 의제로 논의하는 것은 2021년 6월 당시 이사국이었던 에스토니아가 개최한 회의 이후 이번이 두 번째다. 당시 토론이 비대면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안보리 회의장에서 대면으로 사이버 안보 관련 공개 토의가 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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