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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귀병 딛고 OTT 창업 성공신화 쓴 ‘연세대 호킹’ 그 뒤엔 [메디컬인사이드]

■ 강성웅 강남세브란스병원 호흡재활센터장

호흡근 약해져 인공호흡기 의존하는 신경근육병

기관절개 없이 일상으로 복귀 돕는 호흡재활 치료

강남세브란스, 2008년 국내 첫 호흡재활센터 개소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 지원으로 1만6000여명 지원

강성웅(뒷줄 오른쪽) 강남세브란스병원 호흡재활센터장(재활의학과 교수)이 2011년 SMA 환자 신형식씨(왼쪽)를 진료하고 있는 모습. 사진 제공=강남세브란스병원




“그 힘들다는 박사 과정을 끝내다니 정말로 고생 많았네. ” “박사과정 수료만 한걸요. 칭찬 받기도 민망합니다. ”

“논문이 대수인가? 요즘 제일 핫하다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업체 창업자께서 지나치게 겸손하시구만. ”

강남세브란스병원은 2008년 10월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의 지원으로 국내 첫 호흡재활센터를 개소한 이래 현재까지 희귀난치성 신경근육질환자 1만 6000여 명을 지원했다. 호흡재활 분야의 독보적인 권위자로 꼽히는 강성웅 센터장(재활의학과 교수)에게 평생 잊을 수 없는 환자를 꼽아달라고 하니 입가에 미소가 번지며 18년 전 기억을 꺼냈다. 사연의 주인공은 ‘연세대 호킹’으로 불리는 신형진씨다. 태어날 때부터 몸 전체가 서서히 마비되는 척수성근위축증(SMA·Spinal Muscular Atrophy)을 앓았던 신씨는 연세대 컴퓨터공학과에 입학한 지 9년만인 2011년 2월 졸업장을 받았다. 최근에는 애니메이션 전문 OTT 공동 창업자 겸 프로덕트팀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로 정보기술(IT) 업계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 전신 근육 서서히 퇴화…호흡근육마저 약해지면 인공호흡기에 의존


SMA는 근육을 조절하는 신경세포의 퇴행성 변화로 인해 대칭적인 근력저하와 근육 위축을 일으키는 유전질환이다. 전형적인 SMA는 출생아 6000~2만4000명 중 1명 꼴로 발생할 정도로 드문데 운동신경 기능에 필요한 SMN 단백질의 결핍과 관련된 SMA의 세부 유형만 따져도 4가지로 나뉜다.

환자마다 증상의 발현 시기와 임상 경과가 제 각각이라 관리가 여간 까다롭지 않다. SMA 뿐 아니라 루게릭병, 듀센형 근육병증 등 희귀난치성 신경근육질환과 척추측만증, 낙상이나 교통사고 등으로 발생하는 경추 척수손상 등 호흡근육의 기능장애로 인해 호흡장애가 발생한 환자들은 대부분 사지를 넘어 호흡 근육까지 마비되면 인공호흡기에 의존해 생명을 유지하다 수년 내 사망한다. 인지능력 등 다른 부분은 전혀 문제가 없는데 신체 기능만 제한돼 더욱 안타까운 질환이다.

강성웅 강남세브란스병원 호흡재활센터장은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희귀난치성 질환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정책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사진 제공=강남세브란스병원


강 센터장은 “다리 근육이 약해지면 보행을 위해 지팡이, 휠체어 등의 도움을 받지 않나. 호흡근육의 약화로 발생하는 호흡장애도 마찬가지”라며 “인공호흡기를 호흡근육 약화 정도에 맞춰 적절한 시기에 필요한 시간만큼 보조해주면 관련 증상을 개선하고 다양한 합병증을 완화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인공호흡기를 생활의 불편함을 덜어주는 보조기구의 개념으로 받아들이는 생각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게 강 센터장의 지론이다.

◇ 호흡재활 치료 통해 다시 세상과 소통…희귀병 환자들에게 ‘희망의 메시지’




두 사람의 인연은 2004년 9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미국에 있는 친척집 방문길에 올랐다가 급성 폐렴에 걸린 한국의 전신마비 대학생이 미 국방부 소속 의료용 특별기를 타고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에 도착하는 장면이 방송을 탔다. 강남세브란스병원이 중증 호흡부전의 호흡재활 치료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지 4년이 되던 해였다. 그 무렵 대다수 신경근육질환자들은 호흡근이 약해지면 기관을 절개하고 인공호흡기를 단 채 병실에 누워 죽을 날만 기다렸다. 이런 환자들을 돕고 싶어 미국으로 건너가 호흡재활 치료를 배웠다는 강 센터장은 뉴스를 본 순간 ‘내 환자’라고 확신했다고 한다.

수소문 끝에 신씨 부친이 재직 중인 회사에 ‘호흡재활 치료로 도움을 줄 수 있다’는 메모를 남겼지만 실제 만남이 성사된 건 그로부터 2년 뒤였다. 그새 기관을 절개하고 폐활량이 떨어질대로 떨어진 신씨는 강남세브란스병원에서 호흡재활 치료를 시작한 지 5개월 여 만에 호흡근육을 단련하고 기관 절개 부위를 봉합했다. 신씨에겐 호흡재활이 학교로 돌아가 꿈을 펼칠 수 있는 디딤돌을 마련해준 셈이다.

온몸이 마비된 채 대학에 입학했던 신씨는 우수한 성적으로 학부를 졸업한 것도 모자라 연세대 대학원 컴퓨터과학과 석박사 통합과정을 수료하고 창업의 길로 뛰어들었다. 신씨는 안구의 움직임으로 작동하는 특수컴퓨터와 마우스를 이용해 업무를 본다. 컴퓨터 모니터에 부착된 카메라와 적외선 센서가 눈동자의 움직임을 인식해 마우스 커서가 이동하는 원리다. 눈 깜빡임으로 아이콘을 클릭하고 화상 키보드를 사용해 타이핑을 한다. 3~6개월마다 외래진료를 보러 오면서도 기쁜 소식이 있을 때면 메일이나 메신저로 근황을 전해온다. 강 센터장은 “토종 OTT 업계에서 유일하게 흑자를 보고 있다고 들었다”며 자신의 일인 것처럼 기뻐했다. 신씨가 꿈을 이뤄나가는 과정이 희귀난치성 질환자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다는 신념 때문이다.

◇ 호흡재활 불모지에 치료 물꼬…1만6천여 명에 새 삶 선물


강 센터장은 “우리나라 호흡재활의 시초격인 강남세브란스병원이 지금까지 선도적인 역할을 지속할 수 있었던 건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의 지원 덕분”이라고 했다. 중증 호흡부전 환자들은 최소 준중환자실 수준의 공간이 필요하다. 센터는 양질의 전문적인 호흡재활 치료를 제공하기 위해 2인실과 4인실, 6인실의 전용 병실을 각각 1개씩 운영하고 있다.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환자를 위한 치료비 지원 사업과 병원 방문이 어려운 환자 대상의 상담 및 가정방문 서비스도 제공한다.

올해 2월 강남세브란스병원에서 열린 '한국의 호킹들, 축하합니다'행사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강남세브란스병원


인공호흡기에 의지해야 하는 중증 환자들도 호흡재활을 통해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당당히 자기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매년 2월에는 환자들의 졸업과 입학을 축하하는 ‘호킹의 날’ 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재단이 십수년간 센터 운영의 절반에 달하는 비용을 지원해주지 않았더라면 불가능했던 성과다. 강 센터장은 “국내에 호흡재활 치료가 도입된지 근 20년이 되었지만 여전히 인지도가 낮아 안타깝다”며 “호흡하기 힘든 순간에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환자들을 향해 더 많은 사회적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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