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반 아트’의 시원으로 간주되는 반구천 암각화의 의미와 가치를 재조명하는 전시가 열린다. 어반 아트는 1970년대 뉴욕 사우스 브롱스 지역의 길거리 그림(그라피티 아트)에서 시작됐지만, 오늘날에는 길거리 그림을 넘어서 외벽 영상(미디어파사드), 거리 퍼포먼스 등 도시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예술 형태를 포괄한다. 도시 건축에서 영감을 받거나 현재의 도시 생활 방식에서 영감을 받아 탄생하게 됐다.
울산시립미술관은 기획사 포모나와 함께 오는 27일부터 10월 27일까지 미술관 1, 2전시실에서 ‘반구천에서 어반 아트(Urban Art)로’ 전시를 개최한다고 22일 밝혔다. 반구천 암각화의 유네스코 등록을 기원하면서 동시에 지속가능한 문화도시를 꿈꾸는 울산의 이상을 공유하고자 기획됐다.
전시에는 세퍼드 페어리, 크래쉬, 존원, 제우스, 제이알, 빌스, 토마 뷔유, 제프 쿤스 등 총 8명의 작가가 참여한다. 이들은 회화부터 조각, 사진, 영상, 설치 등 150여 점을 작품을 전시한다.
제이알(JR) 작가는 ‘우리가 영웅이다(We are Heroes)’라는 주제로 미술관 외벽에 평범한 시민들의 상반신 흑백 사진을 붙이는 시민참여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프로젝트는 지역민의 발걸음을 미술관으로 향하게 할 뿐만 아니라 문화도시 울산 조성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기대된다.
현장에서는 그래피티 회화를 직접 그리는 존원(JonOne) 작가의 행위예술 퍼포먼스도 관람할 수 있다. 존원은 독학으로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힙합 문화, 거리 풍경, 도시 문화 등으로부터 많은 영감을 받아 작품을 제작했다. 시그니처 그라피티 라이팅으로 유명한 존원은 현재 그라피티의 규칙을 뛰어넘어 본인만의 혁신적인 스타일을 발견했고, 색채 사용에 제한을 두지 않고 자유로운 붓 터치와 물감이 흘러내리는 기법 등을 통해 대칭과 비대칭, 반복과 통일성, 그리고 조화로운 구성을 만들어내고 있다.
세퍼드 페어리(Shepard Fairey)는 스프레이 그라피티가 주류였던 스트리트 아트씬에서 실크스크린 기법의 포스터 혹은 스티커 작품을 통해 스트리트 아트의 아이콘이 됐다.
예술 실험가인 빌스(Vhils)는 표면을 긁어내는 방법에 기초를 두는 조각 기술 외에도 스텐실, 폭약 폭발, 조각 설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형식으로 자신의 개인적 미학을 발전시켰다.
크래쉬(John Matos Crash)는 어렸을 적 보았던 만화에서 자신의 작품 스타일의 영감을 많이 받았다. 광고의 세계를 연상시키는 현란한 색채를 사용하고, 그 스스로 현대 예술 세계의 순수한 결과물이라고 주장한다.
제우스(Zevs)는 공공장소를 배경으로 실험적인 도전을 좋아하는 대표적인 스트리트 아티스트다.
M.Chat으로 활동하는 토마 뷔유(Thoma Vuille)는 프랑스에서 활동하는 스위스 아티스트다. 삶에 따분함을 느끼며 장래를 생각하던 학창 시절의 어느 날, 본인은 그림을 그릴 때 제일 행복하다는 것을 깨닫고 오를레앙 대학교에 입학해 그때부터 시그니처캐릭터인 고양이(M.Chat)를 알리기 시작했다.
제프 쿤스(JEFF KOONS)는 스페인의 초현실주의 화가인 살바도르 달리를 본인의 우상으로 여기며 달리에게서 많은 영향을 받은 것으로도 유명하다.
시립미술관은 이번 전시를 통해 일상과 동떨어진 20세기 형식주의 미술관의 벽을 무너뜨리고, 대중들에게 열린 미술관으로 다가가는 계기를 만들고자 한다.
울산시립미술관 관계자는 “고대 암각화가 있는 유구한 역사문화도시 울산의 저력이 이번 전시를 통해 산업단지의 회색공간을 아름다운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하는 계기가 되고, 나아가 문화가 흐르는 꿀잼도시 울산을 앞당기는 통로가 되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