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 거주하고 있는 90대 이 모 씨는 6·25 전몰군경 전사자의 딸이다. 하지만 올해 보훈급여를 받게 되자마자 곧바로 수령을 포기했다. 해당 수당이 소득으로 집계돼 기초생활수급 지원을 받지 못하게 된다는 사실을 뒤늦게 확인했기 때문이다. 이 씨는 직접 포기서를 작성하는 동안 쉴 새 없이 눈물을 흘렸다. 이 씨는 “평생 받아본 적 없는 아버지의 첫 용돈이자 목숨값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포기하게 되는 것이 너무 죄송스러웠다”며 심경을 전했다.
이 씨뿐 아니라 기초생활수급자 자격 유지를 위해 보훈급여금을 포기하는 사례가 전국적으로 속출하고 있다. 이에 국가에 대한 희생과 기여의 대가를 ‘소득’ 취급하면 안 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23일 서울경제신문이 국가보훈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0년부터 올해 5월까지 총 1190명의 보훈 대상자들이 40억여 원에 달하는 보훈급여를 자발적으로 포기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포기자 가운데 99%(1173명)는 독립·국가유공자였다.
포기자 수는 매년 늘어나는 추세다. 2020년에 보훈급여를 포기한 인원은 18명(포기 금액 총 1200만여 원)에 불과했지만 2021년 159명(1억 5800만여 원), 2022년 93명(4억 8400만여 원), 2023년 806명(19억 1500만여 원)으로 4년 사이 45배나 불어났다.
특히 보훈급여가 약 5% 인상된 지난해를 기점으로 수령을 포기한 국가유공자 수가 폭등했다. 지난해부터 올해 5월까지 보훈급여를 포기한 이들은 총 920명으로 전체 포기자의 79%나 차지했다. 이는 총소득이 기초생활수급자 자격보다 높게 잡힐 것을 우려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포기 사유를 분석해보니 10명 중 8명 꼴로 ‘기초수급자 조건 유지를 위해서(총 747명)’라고 답했다.
현행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시행령에 따르면 생활조정수당과 참전명예수당을 제외한 보훈급여 대부분이 소득공제 대상이 아니다. 이에 국회에서도 관련 법 개정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앞서 이달 21일 김도읍 국민의힘 의원 등은 “국가보훈급여는 국가와 국민을 위한 희생·공헌에 대한 특별한 대가로 지급하므로 기초생활보장제도의 보충성 원칙에 예외되며 소득 산정 공제가 필요하다”면서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