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현지 시간)로 예정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첫 TV 토론이 나흘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격전이 예고되고 있다. 두 후보가 초접전을 보이는 상황에서 TV 토론은 부동층을 설득할 수 있는 핵심 승부처로 꼽히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TV 토론은 나라가 분열된 가운데 치러지는 이번 대선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이 될 것”이라고 짚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경제 문제로 바이든 대통령을 압박할 것으로 관측된다. 현재 미국 유권자들은 바이든 대통령의 경제 성과에 대해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의 설문조사에서 ‘바이든의 정책이 경제에 도움이 됐다’는 응답은 4월 32%에서 5월 28%로 감소한 반면 ‘경제에 독이 됐다’는 답변은 같은 기간 47%에서 49%로 늘어났다. 이와 관련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전날 워싱턴 연설에서 손톱만 한 크기의 사탕 상자 소품을 들어보이며 “이게 바로 바이든 시대의 사탕”이라며 같은 가격에 제품 용량이 줄어드는 ‘슈링크플레이션’을 꼬집었다. 사탕 상자를 들어보인 그는 “이건 토론을 위해 아껴둬야 한다”며 물가 공격을 예고하기도 했다.
반면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선을 ‘민주주의의 위기’로 몰아가는 전략을 사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NYT는 “바이든 대통령의 참모들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하면 낙태·투표권 등 기본적 자유에 대한 위협이 될 것이라고 공격할 계획”이라고 내다봤다.
고령 문제는 두 후보의 공통된 리스크다. NYT는 “9월 10일에 있을 두 번째 토론까지 기간이 이례적으로 길기 때문에 (이번 토론에서) 신체적·정신적 결함이나 인신공격 등의 실수가 나온다면 앞으로 몇 달 동안 엄청난 반향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예상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토론에서 부통령 후보를 공개할지도 관심사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전날 펜실베이니아주 연설에서 “내 마음속에서는 이미 결정됐다”며 “TV 토론 장소에 올 것”이라고 공언했다. 현재 트럼프 전 대통령의 러닝메이트 후보군으로는 △더그 버검 노스다코타 주지사 △제임스 데이비드 밴스 오하이오주 상원의원 △마코 루비오 플로리다주 상원의원 등이 거론된다. 이번 토론에서 후보자들은 빈 종이와 펜 이외의 소품이나 원고 없이 토론장에 서야 하며 현장에는 관중도 참석하지 않는다. 총 90분의 토론에서 각 질문 시간은 2분으로 제한되며 답변에 1분, 답변에 대한 반박에 1분의 시간이 주어진다. 다른 후보의 발언 중에는 말을 끊지 못하도록 상대 후보의 마이크는 꺼놓는다.
한편 양 캠프는 일찌감치 리허설과 전략 회의 등 토론 대비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달 20일부터 대통령 별장인 캠프데이비드에서 보좌진과 함께 모의 토론 등 준비에 돌입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 역시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자택 등에서 토론 대비 회의를 잇따라 열고 있다. 이와 관련해 외신들은 미국 대선 후보 토론이 미식축구 결승전인 슈퍼볼 못지않게 미국 국민들이 지켜보는 대형 이벤트라고 전했다. 2016년 대선 당시 힐러리 클린턴 후보(민주당)와 트럼프 후보(공화당) 간 첫 TV 토론은 8400만여 명이 시청(시청률 47.6%)해 최고 기록을 세웠다. 2020년 대선 당시 바이든 후보(민주당)와 트럼프 후보 간 첫 TV 토론에는 7300만여 명이 시청(40.2%)한 것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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