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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갱 손끝서 피어난 말러 교향곡 5번…장엄함·우아함 다 잡아[리뷰]

140년 역사의 메트 오케스트라 내한

교향곡, 오페라 동시에 선보인 20일 공연 압권

세갱 지휘자의 손끝에서 소프라노도 제3의 현으로 탄생

20일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소프라노 리제트 오르페사(왼쪽)가 관객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포디움에 선 야닉 세갱 지휘자가 박수를 치고 있다. /사진 제공=롯데문화재단




140년 역사의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케스트라의 하모니는 우아함과 장엄함이 가득했다. 소프라노의 아름다운 목소리는 또 하나의 선율이 되어 오페라 오케스트라를 완성했다.

20일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 인터미션이 끝난 뒤 한 마리의 공작새가 연상되는 야닉 세갱 지휘자가 무대에 들어섰다. 반짝이는 구두 뒤축을 튕기듯 발을 구르는 순간 트럼펫의 명징한 팡파르가 시작됐다. 뒤를 따르는 퍼커션과 팀파니 소리가 우박과 천둥 같은 소리를 만들어냈다. 미국 뉴욕의 유서 깊은 메트로폴리탄 오케스트라가 한국에서 처음 선보이는 교향곡 연주에 기대감이 쏠렸다. 75분에 달하는 ‘말러 교향곡 5번’을 메트 오케스트라의 버전으로 들을 수 있는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피아니스트로 시작해 교향곡과 오페라를 두루 지휘한 세갱은 스스로의 장점으로 ‘속도감에 대한 이해와 컨트롤’을 꼽은 바 있다. 각각 다른 작품을 온전히 표현하는 데 필요한 ‘균형’을 몸에 익히고 있다는 것. 그의 손 끝에서 공기를 가르는 작은 파동부터 큰 동심원까지 빠르기에 대한 스펙트럼은 결이 다양했고 단원들과 소통해내는 능력또한 돋보였다.

20일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야닉 세갱 지휘자가 말러 교향곡 5번 지휘를 하고 있다. /사진 제공=롯데문화재단




말러 교향곡 5번은 첼로로 저음 선율을 반복한 뒤 이어지는 바이올린 제1주제를 지나 하늘에서 빛이 쏟아지는 듯 금관 악기의 코랄이 귀를 적시는 2악장에서 관객을 흥분시켰다. 영화 ‘헤어질 결심’을 통해 선명하게 각인된 4악장 ‘아다지에토’로 가는 여정의 관문에 있는 긴 3악장도 지루하지 않았다. 클라리넷, 플롯 등 금관악기들이 뚜렷한 존재감을 뽐내면서도 오케스트라의 선율과 조화를 이루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4악장에서 하프 연주자가 현을 쓰다듬기 시작했을 때 관객들은 꿈에 젖었다. 바이올린의 살타토(비교적 느리게 현을 튕기는 방법)도 유독 부드럽게 선율 속으로 녹아들었다.
세갱 지휘자는 공연 끝난 뒤에도 트럼펫 연주자를 비롯해 바로 뒤편에 있던 비올리스트를 비롯해 트럼펫 연주자 등 한 명 한 명과 직접 눈을 맞추고 엄지를 치켜 올리며 한 명 한 명 호명하고 소통을 해 새로운 풍경을 연출했다. 입단 64주년을 맞은 최고령의 비올리스트 마릴린 스트로 역시 구부정한 자세로도 끝까지 관객들의 호응에 화답했다.

/사진 제공=롯데문화재단


앞서 1부에서 소프라노 리제트 오르페사는 큰 키 만큼이나 시원한 발성을 선보였다. 성대에도 길다란 현이 있는 것처럼 가끔은 가야금을 튕기는 것 같은, 때로는 하프의 현을 쓰다듬는 것 같은 음이 롯데콘서트홀의 2000석 규모의 공간을 감쌌다. 오페라 오케스트라의 명성 만큼이나 소프라노의 미성 역시 제3의 악기이자 현처럼 화음을 보탰다. 앙코르 무대는 없었지만 이날 공연이 끝난 뒤 10시부터 진행된 지휘자와 소프라노의 사인회에도 백명이 넘는 사람들이 줄을 서 여운을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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