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권이 중요하다면 고령화 시대에 (노동 분야의) 노사정위원회처럼 대통령 직속 ‘의·민·정 특위’가 상설 기구로 만들어져야 합니다. 이와 함께 건강·의료수석도 반드시 필요합니다.”
송호근 한림대 도헌학술원 원장(전 서울대 사회학과 학과장)이 24일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협 비상대책위원회가 개최한 심포지엄에 참석해 “현재 공론장에 언론·대한의사협회·시민단체 등의 목소리가 뒤섞여 있어 제대로 해결되지 않고 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송 원장은 이날 비대위가 개최한 ‘사회학자가 바라본 의료 대란의 본질과 해법’ 심포지엄에서 의료 대란의 원인에 대해 “의료 시스템을 받치는 3자인 ‘의료계·국민·정부’ 체제가 지난 25년간 존속해오면서 균열이 생겼지만 한국 사회가 이를 방치해오다 ‘의대 증원’이라는 외부 요인이 가해지면서 내부가 (본격적으로) 엉망이 되기 시작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위기에 대처하는 의료계와 정치권의 지휘 체계는 분열돼 있다고 진단했다. 송 원장은 “의료계에서 가장 상징성을 갖고 있는 서울의대 비대위가 휴진한다고 선언했을 때 정부 사령탑이 찾아와 타협이 이뤄져야 했지만 그렇지 않았다”면서 “의료계도 의협과 교수, 병원이 사분오열된 상황이어서 싸움이 일어났는데 주체가 누군지 서로 모른다”고 지적했다. 또 “국민 입장에서는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의료계 내부에 문제가 일어났는데 해결되는 모습이 보이지 않고 있는 것”이라며 “국민 건강이 21세기 가장 중요한 핵심 가치임에도 한국에는 의료 정치가 없다”고 덧붙였다.
송 원장은 영국과 미국의 사례를 들어 의사들의 대표인 ‘의무감(surgeon general)’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영국의 수상은 문제가 발생하면 의무감을 중심으로 문제와 해결책을 묻고 의료계 문제를 파악한다”고 밝혔다. 이후 하위 조직인 영국왕립의학회의 조언 등을 토대로 국민 보건 서비스에 반영하고 의사들에게 적절한 수가를 지급하면서 내부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는 게 송 원장의 설명이다. 그는 “한국의 경우 모든 것을 중앙에서 해결하려 하지만 정작 중앙에서 해결할 기구는 없다”고 해석했다.
송 원장은 한국의 의료 체계에도 ‘의·민·정 특위’를 만들어 의료 정책을 공동 결정하는 한편 기존 사회수석 외에 대통령을 참모로 건강·의료수석을 신설해 의료계 논의 책임자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송 원장은 “특위는 국민의 건강권과 의권의 균형을 존중한다고 밝혀야 한다”면서 “이를 통해 의료 관련 개혁 패키지를 공동 결정하고 그 일정과 내용을 대통령실과 사회에 전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아울러 의료계 정상화를 위해 진행 중인 행정처분과 소송을 모두 취소하고 전공의 처우 개선을 약속할 것을 제안했다. 송 원장은 “전공의의 주 80시간 근무에 월급 400만 원을 정부에서 내고 근무시간이 이를 넘어섰을 때 개인 병원에서 비용을 부담하게 하는 체제로 전환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집단 유급’을 초읽기에 둔 의대생들에 대해서도 즉각 복귀를 요청했다. 송 원장은 “학생들이 (밖으로) 돌아다닌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걸 알려줘야 한다”며 “강의실에서 학생들이 해결책을 강구하고 교수들과 논의해야 한다. 강의를 거부한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또 “의료계도 의료 대란 쟁점을 다룬 대국민 호소문을 발표하고 의료 체계의 정상화를 거듭 요청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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