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명의 인명피해를 낳은 화성 아리셀 공장 화재를 계기로 금속화재 대응력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일반적인 화재와 달리 물로 꺼지지 않는 금속화재의 경우 소방당국 및 산업 현장에서 충분한 진화 장비를 갖춰두지 않고 있다는 문제의식도 제기된다.
25일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모든 금속화재는 전용 소화기나 마른 모래·팽창질석 등의 소화용구로만 진압할 수 있다"면서 "하지만 흔한 사례가 아니라는 이유로 소방 당국조차 평소에 마른 모래 등을 충분히 보관하지 않다보니 화재 발생 시 사설 제조업체, 공장 등의 모래를 조달해오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전날 화재가 발생한 경기 화성시 아리셀 공장 역시 리튬 기반 일차전지를 생산하고 있어 초기 진압에 시간이 걸렸다. 리튬은 금수성 물질(물과 접촉 시 발화하거나 가연성가스를 내뿜을 위험이 있는 물질)인 데다, 연소시 금속화재(반응성이 큰 가연성 금속에서 발생하는 화재)로 분류된다. 다시 말해 물을 사용했을 때 되레 유독가스나 연쇄 폭발 등을 초래할 수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금속화재’ 전용 소화기(D급 소화기)에 대한 법적 기준조차 지난해에야 마련된 상황이다. 소방청은 지난해 3월 D급 소화기의 기술기준과 관련된 내용을 담은 ‘소화기의 형식승인 및 제품검사의 기술기준’ 전부개정안을 행정 예고했다. 이는 2020년 감사원이 ‘소방안전인프라 구축 및 운영실태’ 감사결과 보고서에서 우리나라 금속화재에 관한 규정 부재 문제를 지적한 데 따른 개정으로 풀이된다. 당초 국내 소화기는 일반화재용(A급), 유류화재용(B급), 전기화재용(C급), 주방화재용(K급) 등으로만 분류됐으며, D급 소화기 및 소화약제는 성능이 검증되지 않은 수입산 제품에만 의존해온 바 있다.
이런 가운데 D급 소화기·모래·팽창질석 등을 필요로 하는 화재는 꾸준히 발생해왔다. 23일 소방청 국가화재정보시스템 통계에 따르면 ‘금수성 물질의 물과 접촉’으로 인한 화재는 지난 5년(2019년~2024년 6월) 사이 총 144건 발생했다. 특히 지난해(28건)의 경우 화재 건수가 2013년(12건)보다 두 배 이상 늘었다.
리튬전지를 비롯한 배터리 산업이 매년 성장하는 만큼 금속화재에 대해서도 더욱 철저한 대비 체계가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의 조언이다. 공 교수는 "소방청에서도, 공장 현장에서도 자체적으로 금수성 물질에 대한 진화 장비를 충분히 구비를 해두고 관련 안전교육도 진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25일 아리셀 대표는 ‘리튬 배터리 화재에 적합한 소화 장비를 업장에 갖추고 있었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구체적인 소화기명은 기억이 잘 나지 않지만, 배터리 화재 진화에 적합한 분말 소화기가 배치되어 있었다”고 말했다. 다만 한국화재조사학회(KIFI)는 과거 가연성 금속에서 발생하는 화재 진압과 관련해 “소방차의 소화약제(물·포·분말)에 의한 소화가 효과적이지 않으며, 분말소화기·수계소화설비·물분무 등 소화설비가 적응성이 전혀 없다”면서 금속화재에는 분말소화기를 사용하지 못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일반 분말소화기는 금속화재 뿐만 아니라 주방에서 발생하는 K급 화재에서도 재발화 가능성이 높아 사용이 적합하지 않다는 평가를 받는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