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22대 국회 의사일정에 복귀해 처음으로 일부 상임위원회가 정상화했지만 여야 간 충돌이 이어졌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는 더불어민주당이 ‘방송 3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법 개정안)’과 방송통신위원회법을 강행 처리했고 개원 약 한 달 만에 마주한 여야 의원들 사이에서는 고성과 비아냥이 오갔다.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대책을 위한 입법 청문회는 “의사일정 합의가 없었다”는 여당 의원들의 항의로 다시 ‘반쪽’이 됐다.
국회 법사위는 25일 전체회의에서 방송3법과 방통위법 개정안 등 4개 법안을 차례로 의결했다. 방송 3법은 공영방송인 KBS·MBC·EBS 운영의 근간인데 법으로 이사 숫자를 대폭 늘리고 이사 추천권을 언론단체와 시민단체 등에 부여해 지배구조를 바꾸는 것을 뼈대로 한다. 21대 국회에서 야당 주도로 통과됐지만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폐기된 바 있다.
국민의힘은 김홍일 방통위원장이 이날 전체회의에 불출석한 것과 해당 법안들이 새로운 법사위원들 간 논의가 이뤄지지 않은 점을 들어 법안2소위로 넘겨 체계·자구 등을 다시 심사하고 추가 대체 토론도 진행하자고 했다. 특히 방통위 의결 정족수를 현행 상임위원 2인에서 4인으로 늘리는 ‘방통위법 개정안’의 경우 다른 위원회와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민주당 소속인 정청래 법사위원장은 “국민의힘 의원들이 불출석해서 자업자득이라고 악평을 받든 간에 절차는 진행됐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사위 전체회의는 이날 ‘간사 선임’을 놓고 여야 의원 간 말싸움으로 개의 6분 만에 정회하기도 했다. 정 위원장이 개의를 선언하자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은 곧바로 “최소한 (여당) 간사를 선임하는 절차는 거쳐야 될 것 아니냐”고 항의했다. 이에 정 위원장은 여당의 ‘상임위 보이콧’을 상기시키며 “간사 선임할 때 들어와 있지 (그랬냐)”며 맞받아쳤다. 이 과정에서 양측은 서로를 향해 “이름이 어떻게 되느냐” “공부 좀 하고 와라” 등 조롱을 이어갔다.
방송통신위원회 등에 대한 현안 질의가 진행된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도 여야는 신경전을 벌였다. 최수진 국민의힘 의원은 민주당의 방송3법 강행 처리를 언급하며 “합의 정신을 무시하고 속전속결 처리한 것에 대해 유감”이라고 비판했다. 김현 민주당 의원은 “여당 의원들이 앞선 회의에 불참한 것은 명백히 국회법 또는 헌법에 부합하지 않는 행위”라고 맞섰다.
국토교통위원회는 정상화 첫날부터 파행이 빚어졌다. 국민의힘이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대책에 대한 입법 청문회를 연기할 것을 요구했지만 민주당이 거절하자 불참을 택하면서다. 민주당 소속 맹성규 국토위원장이 결국 회의를 밀어붙이자 당초 예정보다 53분 늦게 야당 단독으로 개의했다. 민주당은 전세사기 피해자 구제 특별법 개정안을 단독 상정하며 입법 강행 의지를 재차 확인했다.
전세사기 구제 특별법 역시 21대 국회에서 윤 대통령의 거부권이 행사돼 폐기된 법안을 재추진하는 것이다. 개정안에는 정부·여당의 반대가 거센 ‘선 구제 후 회수’ 도입이 그대로 담긴 데다 깡통전세와 이중계약 피해자도 지원 대상에 포함하는 등 21대 국회 법안에 비해 더 강화된 내용이 추가됐다. 비공개로 진행된 교육위원회에서는 의대 정원 확대 및 유·보 통합 관련 문제가 논의돼 여야 간 별 마찰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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