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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큰손’, K방산 잇단 ‘러브콜’…올 수출 200억 달러 목표 ‘청신호’[이현호 기자의 밀리터리!톡]

UAE·사우디 등 중동 큰손 잇따라 방한

이라크, 기동헬기 ‘수리온’ 도입도 검토

수출 대상국, 4개국→12개국으로 확대

수출 무기체계도 12개 품목 ‘2배’ 늘어

강구영 KAI 사장(오른쪽)이 ‘2024 이라크 방산전시회(IQDEX)’에 참가해 타벳 알 아바시 이라크 국방장관 및 이라크 국방위원들에게 KUH(수리온)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KAI




지난해 주춤했던 K방산이 다시 매서운 성장세를 기록하며 중흥기를 맞고 있다. 2022년 폴란드에서 역대 최대 수출 방산 수주액 173억 달러 달성을 기점으로 올해는 수출 200억 달러 목표를 달성해 ‘K방산’의 글로벌 4위 도약까지 꿈꾸고 있다.

2020년에 30억 달러(약 4조 1625억 원) 수준이던 방산 수출 실적은 2021년 73억 달러(약 10조 1287억 원)로 두 배 넘게 늘어난 뒤 2022년 173억 달러(약 24조 원)를 기록했다. 그러나 지난해 140억 달러(약 19조 4250억 원)로 주춤했지만 올해 동유럽과 중동에서 잇따라 수주에 성공하며 수출 200억 달러 목표 달성을 위해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군 당국과 방산업계는 전투기·자주포·전차·무인정 등의 잇따를 수출 성공으로 청신호가 졌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특히 오일머니를 앞세운 중동의 큰손들이 K9과 K2전차, 수리온 기동헬기 등에 높은 관심과 실제 구매로도 이어지면서 K방산의 중흥기를 여는데 가장 일조할 VIP고객으로 떠오르고 있다. 실제 중동 국가 고위직들이 최근 잇따라 방한해 한국군 무기체계를 참관하며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중동 곳곳에서 군사적 소요가 발생하면서 우수한 실전 성능과 빠른 공급 능력, 가격 대비 성능을 갖춘 한국 무기를 주목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사우디, 6세대 전투기 개발 관련 논의


당장 탈랄 압둘라 아오타이비 사우디아라비아 국방차관은 올해 3월에 2박 3일 일정으로 방한해 한국형 초음속 전투기 KF-21, 천궁-Ⅱ(M-SAM2), 해상기반 한국형 3축 체계의 핵심 전력인 도산안창호함을 둘러본다. 한국형 무기체계의 추가 도입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한국 군의 무기체계 운용 모습을 살펴보려는 행보가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사우디아라비아는 국제 방산업계의 큰손이다. 앞서 지난 2월에 한·사우디 국방장관 회담을 계기로 ‘천궁-Ⅱ’ 10개 포대 분에 대한 계약을 체결했다. 4조2500억 원 규모의 수출 계약이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천궁-II 추가 도입도 검토 중이다.

사우디아라비아는 한국형 전투기에 대한 관심도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신원식 장관도 지난 2월에 사우디아라비아 방문 당시 논의된 6세대 전투기 개발과 관련해서도 추가적인 논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 고위당국자는 기자들에게 “사우디는 6세대 전투기 개발에 관심을 갖고 있다”며 사우디의 문의에 따라 신 장관이 한국의 계획을 설명했다고 전했다.

수리온 파생형 단체사진. 사진 제공=KAI


중동의 또 다른 큰손은 이라크다. 역시 지난 3월에 사미르 자키 후세인 알말리키 육군 항공사령관(중장)을 필두로 한 이라크군 고위관계자들이 4∼7일 한국을 방문해 한국군과 방산업체 관계자들을 만났다. 알말리키 사령관은 수도권에서 경남 사천의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본사로 이동하면서 KAI가 제작한 국산 다목적 헬기 ‘수리온’을 탄 것으로 전해졌다. 이어 사천에서 수리온 계열의 중형 헬기 ‘흰수리’ 운용 모습을 참관하고 직접 탑승까지 했다고 한다.

같은 달 모하나드 카리브 모하메드 이라크 방공사령관도 한국을 찾아 한국형 패트리엇으로 불리는 탄도탄 요격미사일 체계 ‘천궁-Ⅱ’(M-SAM2) 사양을 점검했고, 타베트 무함마드 알아바시 이라크 국방부 장관 또한 방한해 양국간 협력 논의를 구체화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라크는 원유 수송관 테러 등에 대비해 소형 정찰헬기 도입을 진지하게 검토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이라크가 가장 관심을 보이는 무기체계는 수리온이다. 수리오은 국방과학연구소(ADD)와 KAI 등이 2006년부터 개발한 첫 국산 기동헬기로 2012년부터 육군에 실전 배치돼 기동헬기와 의무헬기로 활용 중이다. 파생형 흰수리는 수리온을 기반으로 해양테러, 해양범죄 단속, 수색구조 등 해양경찰 임무 수행에 적합하도록 개발·개조된 헬기다.

방산업계에 따르면 KAI는 현재 이라크와 수리온 공급 계약도 조율 중인 것으로도 전해졌다. 앞서 이라크는 2013년 국산 경공격기인 FA-50(이라크 수출 모델명 T-50IQ) 24대 구매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UAE, 전세계 무기 수입 비중 2.4% 차지


아랍에미리트(UAE)는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CEPA) 체결을 통해 이미 방위산업 분야에선 일찌감치 협력 관계를 맺고 있는 VIP 고객이다. 이미 UAE는 2022년 4조 원대 규모의 중거리 지대공미사일(M-SAM) 수출 계약도 맺은 바 있다. 이처럼 UAE는 전 세계 무기 수입 비중(2019~2023년)의 2.4%를 차지하며 세계 14위에 올라 있는 주요 무기 수입국이다.

지난 5월에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 나하얀 아랍에미리트(UAE) 대통령 방한 기간에 UAE 국방·방산 주요 인사들이 경기 평택시 오산 공군작전사령부를 방문해 우리 군의 다층 방공시스템을 둘러보기도 했다. UAE는 친이란 성향인 예멘 후티 반군의 탄도미사일, 무인기 등 도발 위협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한 대응방 안으로 각기 다른 방공 무기를 하나의 시스템으로 통합 운용하는 한국형미사일방어체계(KAMD) 등 우리 방공시스템을 고려하고 있어 관심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방위사업청 관계자는 “첨단 전략 산업 분야를 집중적으로 육성해 올해 방산 수출 200억달러를 달성할 것”이라며 “한발 더 나아가 세계 방산 시장점유율을 9% 내외로 끌어올려 2027년까지 세계 4대 방산 강국 진입을 추진할 방침”이라고 했다. K-방산의 2018~2022년 시장 점유율은 2.4% 수준이다.

올해 수주액 200억 달러를 목표로 하는 K방산은 이미 미국을 비롯해 러시아, 프랑스에 이어 ‘세계 4대 방산 수출 강국’으로 외신들이 거론하기도 한다. CNN은 최근 “한국 방위산업이 이미 메이저리그에 진입했다”고 진단했고, 포브스지는 “한국은 조용히 전 세계 핵심 무기 수출 국가로 부상했다”고 평가했다.



엄동환 방위사업청장과 탈랄 압둘라 알 오타이비 사우디아라비아 국방부 차관이 지난 2월 4일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신원식 국방부 장관과 칼리드 빈 살만 알 사우드 사우디 국방부 장관 임석 하에 '한-사우디의 중장기적인 방산협력에 대한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있다. 사진 제공=방위사업청


올해 K방산은 그야말로 바람을 잘 타는 돛단배처럼 순항하고 있다. 최근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루마니아와 K9 자주포(54문), K10 탄약 운반 장갑차(36대) 공급하기로 합의하고 조만간 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이번 결정은 9억2000만달러(약 1조2000억원)의 대규모 수출 계약”이라며 “루마니아의 최근 7년간 무기 도입 사업 중 최대 규모”라고 말했다.

9월에도 희소식이 예상되고 있다. 2022년 한국과 방산 총괄계약을 맺은 폴란드도 올해 무기 2차 이행계약 체결을 앞두고 있다. 신원식 국방부 장관은 지난 주 폴란드 국방부 청사에서 브와디스와프 코시니악-카미슈 부총리 겸 국방장관을 만났다. 이 자리에서 양국은 43억달러(약 6조원) 규모로 체결한 ‘K9 자주포’와 ‘천무’ 다연장로켓의 2차 이행계약을 올해 9월 완료 목표에 사실상 합의했다.

여기에 국산 K2 ‘흑표’ 전차 추가 수출도 올해 성사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방사청의 관측이다. 현대로템은 2022년 폴란드에 K2 전차 1000대를 납품한다는 기본 계약을 맺었고, 이 가운데 180대에 대해 실행 계약만 체결했다. 나머지 820대에 대한 구체적인 납품 계약이 이뤄지지 않았는데 최근 추가 납품 실행에 대한 구체적인 계약 협상이 진행돼 성사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또 동유럽 슬로바키아의 신형 전차 도입 사업에서도 미국 M1A2 에이브럼스, 독일 레오파드 2A7 등과 함께 K2 전차가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중동 위기 장기화 등으로 무기체계 수요가 증가하는 추세라 K방산 호황기는 이제 시작”이라며 “기존의 전차, 자주포, 장갑차, 무인로봇 차량 등 육상 무기체계 뿐만 아니라 앞으로 함정, 잠수함 및 무인·해상 무기체계, 한국형 전투기화 기동헬기까지 해외 수출품목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했다.

우리나라 기술로 독자 설계·건조된 3000t급 잠수함 도산안창호함은 사우디아라비아·캐나다·폴란드 등에 수출될 가능성이 높은 떠오른 K방산의 주력이다. 사진 제공=해군


K방산이 중흥기를 맞고 있다는 판단의 배경에는 K방산의 질적 성장이다. 국방부 및 방위사업청에 따르면 방산 수출 대상국은 2022년 4개국에서 지난해 12개국으로 늘어났다. 해외로 수출하는 무기체계도 2022년(6개 품목)보다 두 배 늘어난 12개 품목을 수출하는 성과를 올렸다. 국방부 관계자는 “올해 폴란드와 2차 이행계약을 마무리 하고 주변국들과 수출 협상도 대폭 확대해 방산 수출 200억 달러를 달성할 계획”이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러나 K방산의 폭발적인 성장세에 대해 최근 유럽연합(EU) 미국 등 기존 방산강국들이 K방산을 견제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당장 EU집행위원회는 2030년까지 유럽산 무기 비중을 현재 20%에서 50%까지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동유럽을 기반으로 유럽 시장에 개척에 속도를 내는 K방산을 의식한 발언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지난 4월 파리 소르본대에서 유럽연합(EU) 의회 관계자 대상으로 연설에서 “유럽의 자주국방을 위해 유럽산 군 장비를 더 많이 구매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3000t급 잠수함 첫 해외 수출 ‘청신호’


더욱 고무적인 것은 3000t급 잠수함 첫 수출 가능성에 청신호가 들어왔다는 대목이다. 한국 방산업계는 우선 중형 잠수함 3척 건조 계획을 발표한 폴란드에 입찰 참가를 준비하고 있다. 여기에 캐나다는 3000t급 잠수함 8∼12척 건조, 필리핀도 잠수함 2척 구매 사업에도 뛰어들 계획이다.

이들 국가의 잠수함 물량과 금액은 캐나다 8~12척(60조원), 폴란드는 2~3척(5조원), 필리핀은 2척(3조원) 등이다. 사우디아라비아 해군도 최근 잠수함 도입 사업을 시작했다.

한국 방산업계는 1992년 국내 기술로 첫 잠수함 ‘이천함’을 건조한 후 2011년에 인도네시아에서 잠수함 3척을 수주하며 잠수함 수출국이 됐다. 다만 도산안창호함 등 3000t급 잠수함은 아직 수출해본 경험이 없다.

일각에서는 K방산이 ‘세계 4대 방산 수출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선 몇 가지 해결해야 할 과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우선 425조원으로 세계 최대 규모인 미국의 국방 조달 시장 돌파구를 뚫어야 하는 과제다. 이를 위해 방산업계의 ‘자유무역협정(FTA)’으로 불리는 상호국방조달협정(RDP-A) 체결이 시급하다. 국방조달협정은 미 국방부가 동맹국·우방국과 체결하는 양해각서다. 체결국은 미국산우선구매법을 적용받지 않아 미군 등에 조달 제품을 수출할 때 세금 등으로 가격상 불이익을 피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가장 중요한 것으로 방산 수출은 군 당국과 업계 뿐만아니라 범정부 차원의 유기적 지원 체계 구축이다. 이를 위해 오케스트라 지휘자 같은 방산 컨트롤 타워가 중요하다. 방산업계는 방산 사령탑으로 국가안보실 산하 방산비서관 신설을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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