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한 백인 부부가 흑인 아동을 여러 명 입양해 노예로 부렸다는 혐의로 기소됐지만 이들 부부는 무죄를 주장하고 있다.
25일(현지시각) 미국 뉴욕포스트 등에 따르면 웨스트버지니아주(州) 시슨빌에 거주하던 도널드 레이 랜츠(63)와 진 케이 화이트페더(62) 부부는 지난해 10월 아동학대 혐의 등으로 경찰에 체포됐다. 이들 부부는 입양한 흑인 자녀들을 열악한 환경에 방치하고 노동을 강요해 아동 인신매매, 아동 방치 등 총 12개 혐의로 기소됐다. 자녀들은 각각 6, 9. 11. 14. 16세로 모두 미성년자였다.
부부의 범행은 당시 한 이웃주민이 지역 아동복지부에 전화를 걸어 “창고에 10대 아이 두 명이 갇혀 있다”는 신고를 통해 밝혀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웃 주민들은 이 외에도 “아이들이 농장에서 노동할 것을 강요당했다” “아이들에게는 집 안으로 들어가는 것이 허용되지 않는다”라고 증언했다.
경찰은 현장에서 14세와 11세 자녀가 창고에 갇혀 있는 것을 발견했다. 발견 당시 아이들은 씻지도 못해 몸에서 심한 악취가 난 것으로 전해졌다. 아이들이 생활한 곳으로 알려진 창고에는 작은 휴대용 변기만 놓여있었다. 창고 내부에 급수 시설이나 조명 또한 없었으며 아이들은 바닥에서 잠을 자야 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창고에 갇혀있던 두 명 외에 9세 아이는 본가에서 발견됐으며 나머지 자녀 둘은 당시 각각 아버지인 랜츠, 교회 지인과 함께 있던 것으로 파악됐다.
현재 부부는 모든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화이트페더는 법원에 제출한 서류를 통해 “아이들이 창고에 있는 걸 ‘클럽하우스’라고 부르며 좋아했다”고 주장했다.
카나와 카운티 검찰은 이들 부부가 워싱턴주(州)에 거주하다 아동 학대 및 방치 혐의로 경찰의 조사를 받게 되자 이사한 증거도 있다고 밝혔다.
당초 이들 부부에게는 각 20만 달러(약 2억7700만 원)의 보석금이 책정됐다. 부부는 집과 목장 등을 팔아 보석금을 마련했으나, 검찰은 “이 자금은 (자녀들의) 강제노동으로 인해 만들어진 것”이라며 주장하며 보석금을 상향 책정해줄 것을 법원에 요청했다. 법원은 이를 받아들여 부부의 보석금을 각각 50만 달러(약 7억 원)로 두 배 이상 올렸다.
재판부는 “아이들은 인종을 이유 삼아 노예로 부려졌다”며 “판사로 재직하는 동안 한 번도 본 적 없는 기소 내용”이라고 말했다. 이들 부부에 대한 재판은 오는 9월 9일에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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