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리더들이 모여 인류가 직면한 공통의 현안을 논의하는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의 뒷면에 성차별과 성희롱, 인종차별 등 어두운 그림자가 자리하고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30일(현지 시간) WEF 사무국의 전현직 직원 80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인터뷰와 내부 소식통의 증언에 기반해 이같이 보도했다. WEF의 창립자이자 포럼을 반 세기 넘게 끌어온 클라우스 슈밥 회장 체제 하에서 여성과 흑인에 대한 적대적인 분위기가 조장돼 왔다는 것이다. 슈밥 회장은 앞선 5월 집행위원장직 연내 사임 의사를 밝혔지만 비상임 이사장직은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WSJ은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슈밥 회장이 WEF 사무국을 젊게 변화시키기 위해 50세 이상 직원들을 내보낼 것을 지시했다고 전했다. 당시 WEF 사무국의 인사부서장이었던 파올라 갈로는 직원을 해고하기 위해서는 성과 부진 등 합리적인 이유가 있어야 한다며 지시를 거부했다. 그러자 슈밥 회장은 얼마 지나지 않아 갈로를 해고한 것으로 나타났다.
슈밥 회장은 간부로 발탁된 여성 직원이 임신하자 직위를 박탈한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여성 간부는 2017년 스타트업 관련 포럼의 사업 계획을 주도하는 역할을 맡았다. 그러나 임신 사실을 회사에 알리자 슈밥 회장은 간부의 업무 속도가 느려질 것이라고 화를 내며 새 직무에 적합하지 않다고 주장하며 그를 자리에서 내쫓았다. 이밖에 슈밥 회장실의 사무원으로 일했던 여성은 사적인 저녁 자리와 여행을 제의 받았으며 자신은 여러 차례 “성적인 관계를 원하지 않는다”라고 명확한 의사표시를 해야 했다고 털어놓았다. 슈밥 회장은 다른 여성 직원들에게도 복장과 스타일, 몸매 등에 대한 부적절한 발언을 일삼은 것으로 알져졌다.
WEF의 고위 간부들 역시 직장 내 성희롱과 차별 행위에 수 차례 연루됐다는 증언들이 제기됐다. WSJ에 따르면 인터뷰 응답자 중 최소 6명이 임신 또는 출산휴가 복귀 후 자리가 사라지거나 경력상 불이익을 당했다. 또 다른 6명은 상사로부터 성희롱을 겪은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다른 직원 2명은 지난해 다보스포럼을 비롯해 WEF가 주최한 주요 회의에 초청된 VIP 인사로부터도 성희롱을 당했다고 전했다.
일부 흑인 직원들은 WEF의 백인 간부가 ‘N워드(흑인 비하 속어)’를 사용했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흑인 직원들은 합당한 이유 없이 승진에서 밀려나거나 다보스포럼의 현장 참석이 의도적으로 배제되기도 했다. 피해 의혹을 제기한 일부는 WEF 전직 직원 수백 명이 참여하는 왓츠앱 단체 채팅방에서 트라우마를 공유하며 유대감을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WEF는 매년 각국의 성평등 진전 상황을 조사하고 평가하는 ‘글로벌 성격차 보고서’를 내고 있다. WEF는 WSJ의 이같은 보도에 대해 “WEF는 조직과 직원에게 높은 수준의 가치를 부여하며 비밀이 보장된 불만 접수 채널과 철저한 조사 프로세스를 갖추고 있다”며 “슈밥 회장은 직원들에게 연령 제한을 두지 않았으며 직원들이 일반적인 정년 이후에도 일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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