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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시간 길지만 생산성 떨어지면 가짜 노동"

'진짜 노동' 저자 뇌르마르크 간담

"비효율·시간낭비라 말할 수 있는

자유로운 의사소통·신뢰관계 필요"

전작 '가짜 노동'으로 한국서 인기

1일 서울 중구 달개비 콘퍼런스 하우스에서 데니스 뇌르마르크(가운데)가 기자 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 제공=자음과모음




“우리가 ‘관리자의 노동’이라고 생각했던 일의 상당수가 ‘가짜 노동’이라는 것을 알게 됐어요. 앞으로 직장 내 관리의 필요성은 점점 떨어질 것이고 직장 내 층층시하는 줄어들 겁니다.”

성과 없이 일했다는 느낌만 주는 노동의 허위를 지적한 저작 ‘가짜 노동’으로 주목을 받은 데니스 뇌르마르크가 후속작 ‘진짜 노동(자음과모음 펴냄)’으로 한국을 찾았다. 덴마크의 인류학자이자 조직 컨설팅 전문가인 뇌르마르크는 1일 서울 중구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한국은 노동시간이 굉장히 길지만 생산성은 떨어지는데 이 자체가 ‘가짜 노동’을 하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그는 “관리자와 직원 간 신뢰도가 낮아 무작정 사무실에 오래 있어야 한다는 강박이 큰 게 문제”라고 강조했다. 그가 말하는 ‘가짜 노동’은 결론을 내지 않는 회의, 사소한 의문에 답하기 위한 긴 보고서, 보고서를 둘러싼 맞춤법, 서식 지적 등이다.

그는 관리자들에게 ‘시간=생산성’의 낡은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한다. 부하 직원이 저녁 7시 이후에도 야근을 하고 있다면 기특하게 생각하는 게 아니라 안타깝게 생각하고 문제가 무엇일지 파고 들어야 한다는 것.



그의 책 ‘가짜 노동’은 지난 한 해 국내에서 5만권 이상 팔렸다. 그는 한국 사회를 진단하는 다양한 기사들을 접하면서 국내 독자들의 ‘가려운 점’을 알게 됐다고 했다. ‘가짜 노동’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관리자와 직원 양쪽이 모두 이에 대해 터 놓고 이야기 하는 분위기가 필요한데 이를 ‘낮은 신뢰’와 ‘높은 위계질서’가 가로막고 있다는 진단이다. 그는 “‘가짜 노동’을 없애기 위해서는 ‘이건 비효율적이다’ ‘시간 낭비하고 싶지 않다는 것’을 말할 수 있어야 한다”며 “윗사람의 입장에서도 무작정 밀어붙이는 게 아니라 직원들의 이야기를 귀담아 듣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저자가 컨설팅한 한 회사에서도 ‘가짜 노동’으로 생각되는 것에 대해 분류하는 작업을 진행하면서 관리자 쪽에서도 인식이 바뀌었다. 그는 “한 패스트푸드 체인에서는 조사 결과 전체 업무의 20%가 ‘가짜 노동’이라고 분류했다”며 “가짜노동을 업무에서 빼면서 주4일을 도입했는데 생산성은 오히려 조금 더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가짜 노동’ 문제는 우리나라의 저출산 문제와도 연결된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덴마크의 평균 출산율은 지난해 기준 1.77명으로 우리나라(0.78명)의 두 배가 넘는 수준이다. 네 아이를 키우는 그는 “아이를 양육하면서도 연구를 하고 책을 쓰고 컨설팅 일도 하면서 최고의 ‘일과 삶의 균형(워라밸)’을 경험하고 있다”며 “한쪽에서는 주당 69시간을 일하라고 하면서 다른 한 쪽에서는 아이를 낳으라고 하는 게 양립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부모 세대는 일을 ‘추앙’했지만 지금 세대는 다르다”며 “다음 세대가 ‘가짜 노동’을 없애주기를 기대하는 대신 우리 스스로 어떻게 살지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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