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와 경기 부진에 얼어붙었던 미국 벤처캐피털(VC) 시장이 인공지능(AI) 열풍에 힘입어 살아나고 있다는 신호가 감지됐다.
블룸버그통신은 3일(현지 시간) 시장조사업체 피치북 자료를 인용해 미국에서 벤처 투자자들이 올해 2분기 556억 달러(약 77조 3450억 원)를 스타트업에 투자했다고 보도했다. 분기 기준 2022년 2분기(776억 달러) 이후 최대 규모이다. 직전 분기와 비교하면 50% 급증했다.
미국 스타트업들이 인수·상장 등을 통해 엑시트(투자금 회수)한 규모도 2분기 236억 달러로 2년 만에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2분기 엑시트 규모는 직전 분기 대비 20억 달러 증가했으며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3배 이상 늘어났다. 벤처 투자는 같은 기간 글로벌 기준으로도 성장세를 보였다. 전 세계 벤처 투자액은 2분기 943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1% 증가했다.
한편 VC 투자 대부분은 AI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이끄는 신생 AI 업체인 xAI는 5월 시리즈B 투자 라운드에서 60억 달러의 투자금을 유치했다. xAI의 기업가치는 240억 달러 수준으로 뛰어오르며 오픈AI 다음으로 ‘비싼 기업’에 이름을 올렸다. 이밖에 AI 클라우드 컴퓨팅 업체 코어위브, 데이터 라벨링 업체 스케일AI, 클라우드 보안 업체 위즈 등도 최근 각각 10억 달러 이상의 자금을 조달했다.
소수의 대형 AI 업체에 투자가 집중되고 있다는 점에서 VC 업황 전반이 활성화되고 있다고 보기는 힘들다는 지적도 나온다. 투자 활성화에 따른 수혜도 일부 대형 VC에게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미국 VC는 올해 상반기 255개 펀드를 통해 374억 달러를 유치했는데 이 가운데 70달러 이상이 글로벌 VC 앤드리슨호로위츠로 돌아갔다. 노웨스트벤처파트너스, 테크놀로지크로스오버벤처(TCV) 등도 각각 30억 달러를 차지했다. 피치북은 “수십억 달러의 자금이 모였지만 잠재적으로 소규모 신흥 업체들의 경우 희생될 수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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