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경이라는 감정이 들면 상대의 태도를 배우고 싶은 것이지 뺏고 싶거나 훼손하고 싶은 건 아니예요. 잘 동경할 수 있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단편 소설집 ‘나주에 대하여’로 지난 해 ‘오늘의 작가상’을 수상한 김화진 작가가 첫 장편 소설을 냈다. 김 작가는 최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진행된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살면서 셋이 친구가 되는 과정을 익숙하게 받아들이기 보다 ‘내가 나머지 둘보다 덜 친하면 어쩌지’하며 불안해 하는 시간이 많았다”며 “삼각형의 일원이 되기 위해 친구가 하지 못하는 다른 면을 채워야 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거나 괴로워 하는 일들을 ‘동경’이라는 감정 속에 표현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2021년 문화일보 신춘문예에 단편 소설 ‘나주에 대하여’로 등단한 김 작가는 남자친구를 잃은 ‘나’가 전 여자친구이자 동료인 ‘너’를 집요하게 관찰하는 이야기를 몰입도 높게 풀어냈다. 너를 미워하지만 동시에 깊게 몰두하는 모습에서 독자들은 김화진만의 감정선을 찾아냈다.
그가 이번 소설에서 꺼내든 단어는 ‘동경’이다. 소설 속에는 아름, 민아, 해든 등 이제 막 삼십대에 들어선 세 사람이 등장한다. 인형 리페인팅 수업에서 만나 일과 우정의 가운데에 엮여 있는 이들의 관계는 얼핏 보면 성숙하다. 불안감이나 질투심을 내색하지 않기 때문이다.
아름의 시점으로 전개되는 이야기는 민아의 시점으로 바통을 이어 받는다. 소심하고 두려움이 많은 아름의 눈에는 마냥 멋지고 흔들림 없어 보였던 민아는 자해를 하는 습관이 있다. 그는 좋고 싫은 게 상대적으로 분명하고 상대에게 과감히 마음을 여는 아름을 의지하며 동경한다. 해든 또한 마찬가지다. 사진 작가로 활동하면서 흔들림 없이 자신의 길을 가지만 아버지와의 관계는 큰 상처를 남겼다. 김 작가는 “나이가 들면서 보다 나 다운 게 무엇인지 알게 되고 상대의 다름을 인정하고 잘 감탄할 수 있는 게 다른 의미의 성장”이라고 말했다. 그는 “어릴 때는 자아도 없고 제 성격이 어떤지도 몰라서 저와 다른 뭔가가 있는 것 같은 사람을 동경했다”면서 “하지만 어느 순간 ‘그건 너밖에 안 하는 것 같아’ 등 피드백을 들으면서 스스로에 대해 깨닫고 다른 것도 받아들이게 됐다”고 했다.
흥미로운 점은 세 사람의 고군분투가 그려지지만 이들과 소통하는 인물로서 남성은 등장하지 않는다는 것. 그는 “의식조차 하지 못했을 정도로 일부러 배제하지는 않았다”며 “결혼이 더 이상 필수 요소가 아닌 세태가 자연스럽게 반영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결혼, 출산이라는 지표가 없을 때 어른이 된다는 것을 다른 것으로도 견주고 싶어하는 이들이 늘어나는 것 같다”며 “자신의 일을 더 능숙하고 익숙하게 잘 하고 싶어하고 느긋하고 여유있는 모습이 되는 것이 저와 제 주변인들이 추구하는 어른이 되는 또 다른 방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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