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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M 따라가던 마이크로소프트,지옥에서 돌아오다 [정혜진의 라스트컴퍼니]

나스닥 최악의 날에도 제일 적은 타격

4월 4일 50주년 맞은 마이크로소프트

IBM 무너뜨린 뒤 IBM 길 걷다가 생환

세 명의 CEO 거치며 속도와 문화 재정비

지난 4일 미국 워싱턴주의 MS 레드먼드 캠퍼스에서 진행된 MS 50주년 행사에서 빌 게이츠(왼쪽부터) MS 창업자, 스티브 발머 2대 최고경영자(CEO), 사티아 나델라 3대 CEO가 나란히 서서 50주년을 축하하고 있다. /사진 제공=마이크로소프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발 관세 충격으로 지난 4월 3일(현지 시간) 이후 이틀 간의 주식시장 대폭락으로 월스트리트에서 6조6000억 달러(약 9645조원)가 증발했다. 팬데믹의 공포가 시작돼 검은 목요일이라고 불린 2020년 3월 9일 이후 가장 큰 낙폭이다. 실리콘밸리 기술 기업들이 모여있는 나스닥 시장은 더욱 처참했다. 애플의 시가총액이 하루 만에 10% 이상 날아가고 엔비디아, 메타, 애플, 테슬라 등이 이틀 간 두자릿수의 비상 추락을 했다. 이 가운데 추락 수준을 5%대로 저지하며 유독 위기에 강한 모습을 보인 기업이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다. 대폭락 다음 날인 4일은 MS가 설립 50주년을 맞는 날이었다. 소프트웨어에 집중한 테크 기업이 50주년을 맞이한 것은 실리콘밸리 역사상 최초다. PC와 모바일, 클라우드를 거쳐 인공지능(AI) 시대에도 살아남는 테크 기업이 탄생한 데 큰 의미가 있다.

프롤로그 : IBM을 무너뜨린 MS, IBM의 길을 걷다

“제품들은 여전히 돈을 벌어들이고 있어요. 하지만 더이상 마이크로소프트의 마법은 사라졌습니다.”

(“The products are still making money, but the magic is gone.”)

“기술에 대해서 진심이고 무언가 위대한 성취를 하고 혁신적인 것들을 만들어 내던 사람들은 떠나고 있어요.”

(“The people who truly care about technology, about doing great work, about building something revolutionary — they are leaving.”)

2011년 10월, 마이크로소프트(MS)의 한 직원이 내부에 공유한 이메일이 유출돼 개발자 커뮤니티가 발칵 뒤집혔다. 이 메일의 작성자는 MS의 개발자인 루카스 머레이. 마지막 문장이 결정적이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넥스트 IBM’이 되고 있어요. 죽은 건 아니죠. 다만 무의미해지고 있죠.”

(“Microsoft is becoming the next IBM — not dead, but irrelevant.”)

이 평가가 MS에 있어 유독 뼈아팠던 이유는 MS의 성장 서사에 있다. 메인프레임 시대에 IBM에 소프트웨어를 납품하는 하청 업체로 시작했지만 MS는 IBM이라는 골리앗을 상대로 데스크톱 시대에 독보적인 PC 운영체제(OS)를 통해 당당히 독립했다. 개방과 혁신, 오픈 생태계가 저력이었다. IBM의 시대가 저물 때 MS가 받았던 평가가 이랬다.

“IBM은 기술을 만들었지만, 마이크로소프트는 미래를 팔았다.”

그랬던 마이크로소프트가 이제 희미한 존재감 속에서 과거가 되려하는 중이었다. 모두가 알면서도 쉬쉬하던 문제가 처음으로 공론화 돼 파장을 일으켰다.

3대에 걸친 리더십 바톤 터치

지난 4일 미국 워싱턴주의 MS 레드먼드 캠퍼스에서 진행된 MS 50주년 행사에서 사티아 나델라 MS CEO가 50주년의 역사를 소개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공식 유튜브 갈무리


지난 4일 미국 워싱턴주 레드먼드에서 열린 MS 창립 50주년 행사 중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세 명의 역대 최고경영자(CEO)가 함께하는 자리였다.

빌 게이츠 MS 창업자 겸 CEO (1975-2000)

스티브 발머 MS 2대 CEO(2000-2014년)

사티아 나델라 MS 3대 CEO (2014년 - )

각각 PC 시대, 모바일 시대, 클라우드 시대의 속도감을 거쳐온 CEO들은 숨 찼던 50년을 뒤로 하고 앞으로를 이야기했다.

나델라 CEO는 “MS의 역사는 그 길이가 아니라 관련성(Relevence)로 평가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빌 게이츠 창업자는 이 같이 말했다.

“가장 거대한 트렌드는 인공지능(AI)의 등장입니다. 50년 된 회사에서 가장 깊은 변화를 맞이할 시점은 어쩌면 바로 ‘지금부터의 10년’일 거예요. 실제로 ‘AI 시대’가 도래했다는 사실에 정치권이 더 많은 관심을 보이지 않는 게 놀랍습니다.”

MS의 오늘을 이해하기 위해서 세 시대를 짚어볼 필요가 있다.

1.0 천재 개발자들의 시대

/사진 제공=빌게이츠 블로그 ‘게이츠 노트'


“이런 걸 코드라고 썼나요. 이건 쓰레기입니다.”

한 신입 개발자는 2주간 밤을 새며 작성한 코드를 제출했다가 빌 게이츠에게 이 같은 소리를 들었다. 한 두 사람만 겪은 일은 아니고 비일비재한 일이었다. 뛰어난 코딩 실력을 자신의 정체성으로 삼는 빌 게이츠는 당시 조직 전체에서 악명높은 코드 리뷰를 실시하면서 직접 모든 코드를 확인하고 피드백을 했다. (지난 2월 발간한 자신의 회고록 제목도 ‘소스 코드(Source Code)’라고 지었을 정도다.) 이른바 ‘천재 엔지니어’가 만든 코드 한 줄이 제품을 최고로 만들 수 있다는 신념 때문에 코드의 효율성과 논리, 정확성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개발자들의 커뮤니티에서는 빌 게이츠라는 천재 개발자를 숭상하는 분위기가 있었기 때문에 그가 주는 피드백이 큰 동기 부여가 됐다는 평가다.



당시 이 같은 맥락에서 도입한 MS만의 색깔 있는 인사 평가 제도는 ‘스택 랭킹(Stack Ranking)’이었다. 이를 테면 개발자들이 모두 자기가 작성한 코드 역량에 따라 평가 받는 제도였다. 직원들을 ‘탁월함’인 1등급부터 ‘최악’인 5등급까지 상대평가로 분류해 최하위권(10%)을 지속적으로 퇴출시키는 형태다. 팀 전체가 평가를 받다 보니 유능한 개인도 팀이 받은 평가가 낮으면 불이익을 받는 데 문제가 있었다. 조직의 규모가 커지면서 구성원들은 협업보다는 자신의 부서의 성과를 챙기기에 바빠졌다. 결과적으로 소프트웨어 개발의 가장 중요한 덕목인 아이디어 공유와 피드백 반영 문화가 점차 사라지게 됐다.

2.0 덩치는 커졌지만 혼돈도 커졌다

/사진 제공=챗GPT 4o


2000년 빌 게이츠가 최고 소프트웨어 설계자(Chief software architect)로 물러난 뒤 리더십을 이어 받은 인물은 스티브 발머 전 CEO였다. 게이츠가 하버드대에서 가장 난이도가 높은 경제학 수업에서 만났던 발머는 코드광이었던 게이츠와 여러모로 달랐다. 둘 간의 공통점은 수학을 잘 한다는 것 한 가지밖에 없었다. 미식 축구에서 매니저를 맡을 때도 경기장을 가장 많이 누비고 남다른 리더십을 가진 ‘인싸’이자 하버드 문학 잡지의 회장직을 맡은 발머는 빌 게이츠의 천재성에 끌렸다. 그는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을 중퇴하고 1980년부터 MS의 여정에 합류해 회사의 매출을 극대화하는 데 힘썼다.

/사진 제공=챗GPT 4o


발머는 영업과 전략에 있어서 탁월한 능력을 보여 매출은 끝없이 늘었지만 문제는 따로 있었다. 매출 성장이 기존에 파 놓은 우물에 국한돼 있었다는 점이었다. PC 운영체제 ‘윈도우 시리즈’는 매번 기록을 갈아치웠고 2001년 콘솔 ‘엑스박스(Xbox)’를 출시하며 새로운 성장판을 열었지만 PC 시장의 성과에 안주한 나머지 모바일 환경에서는 기꺼이 앞서서 치고 나가는 속도감을 잃었다. 윈도우 폰의 실패 이후 급박하게 진행한 2013년의 노키아 인수는 결정적인 악수가 됐다. 회사는 끊임 없는 성장을 동력으로 삼아 자체적인 선순환을 시도해야 하는데 PC 영역을 제외하고는 정체가 계속된 셈이다.

설상가상으로 이 기간 조직은 비대해지고 부서 간 장벽은 더욱 커졌다. 스택 랭킹 제도가 지속되면서 최하위 평가를 받은 직원뿐만 아니라 전 직원의 절반은 평균 이하 평가를 받다 보니 지속되는 무력감이 조직을 지배하게 됐다. 이때 MS를 취재한 저널리스트인 커트 아이헨워드는 “인사 제도가 MS가 구성원에게 요구하는 행동을 바람직하지 않은 방향으로 왜곡시켰다”며 “장기적 혁신보다는 단기 실적과 눈에 띄는 성과 어필 위주의 정치 싸움에 몰두하게 해 조직 문화의 분열을 불러일으켰다”고 평가했다.

평가가 엇갈리는 인물이지만 발머는 마무리를 잘했다. 리더십 승계를 통해 이를 바로 잡았다. 그는 지난 4일 MS 50주년을 맞아 진행한 인터뷰를 통해 이 같이 밝혔다.

“당시의 MS를 이끌기 위한 리더로는 새로운 것들을 거침 없이 배우고 사람을 대하는 스킬이 있으며 제품에 대한 유연함을 가진 사람이 필요했는데 이 모든 것을 갖춘 게 사티아 나델라였습니다. 그는 비이성적일 정도의 자신감과 동시에 현실주의를 모두 갖춘 사람이었죠.”

많은 이들이 나델라 CEO가 깜짝 발탁된 사람이라고 생각했지만 몇 년에 걸쳐 검색 엔진 빙과 클라우드 사업 등 신사업에서 경험을 쌓고 능력을 검증받았다는 설명이다.

3.0 분열을 넘어 문화를 중심에 두다

미국 워싱턴주의 MS 레드먼드 캠퍼스의 33번 빌딩 로비에 있는 벽화 속 문구 ‘파트너들은 더 많은 것들을 할 수 있게 합니다(Partners make more possible)’ /레드먼드=정혜진기자


미국 워싱턴주의 MS 레드먼드 캠퍼스의 33번 빌딩에 들어선 뒤 계단을 지나 나델라 CEO의 회의실을 가는 통로에 서면 커다란 그래피티 벽화가 눈에 들어온다.

여러 로고와 텍스트들 한가운데 선명한 글자가 점차 보이기 시작한다.

‘파트너들은 더 많은 것들을 할 수 있게 합니다(Partners make more possible)’

이는 2014년 CEO로 발탁된 나델라가 먼저 꺼낸 비전이기도 하다. 대외적으로나 대내적으로나 기존의 MS는 파트너십, 협력이라는 단어와 거리가 멀었다. 업계에서는 독점적인 위치로 정부와도 반독점법 소송을 불사하고 3년 간의 싸움을 이어갈 정도로 독불장군 스타일이었고 이로 인해 파트너사들도 MS의 콧대 높은 이미지에 등을 돌렸다. 내부적으로는 더 이상 협력과 공유, 개방이라는 단어는 사라져 있었다. 그는 바로 그 지점에서 시작했다. 나델라는 CEO의 ‘C’를 ‘문화(Culture)’의 약자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당장 칸막이로 나뉘어 있는 조직을 소통하기 위해 매년 MS의 안건을 공유하기 위한 시니어 리더십 팀(SLT) 연수 인원을 대폭 늘렸다. 150명 이상의 SLT가 참여하게 되면서 고인물들 외에 새로운 인물들이 나타나자 처음에는 경계하는 모습들이 역력했지만 개방적인 분위기를 조성하면서 하나씩 회사를 위한 고민들을 풀어내기 시작했다. 중간 관리자들이 마음을 열게하고 협력하는 것부터 시작이었다. 이후 나델라 CEO는 수십년 역사의 스택 랭킹 제도를 과감히 없앴다. 등급도 숫자가 아닌 서술형 평가로 대체하고 평가 주기도 연 1회에서 벗어나 수시 피드백과 코칭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바꿨다. 사전에 배분을 강제로 나누는 게 아니라 팀과 개인의 기여도에 따라 유연하게 성과를 나눴더니 다시 협력할 수 있는 여지가 싹텄다.

/사진 제공=챗GPT 4o


변화는 내부에서만 불어오지 않았다. 나델라는 임기 초기에 세 가지의 결정적인 인수합병을 진행한다. 2014년에는 마인크래프트 제작사인 ‘모장’을, 2016년에는 커리어 기반 소셜미디어 ‘링크드인’을, 2018년 개발자들의 최대 오픈 소스 커뮤니티인 ‘깃허브’를 인수한다. 처음에는 피인수 기업들로부터 큰 저항을 받았다. 당시만 해도 MS는 위계가 큰 공룡 기업이었기에 이들 스타트업에서는 MS의 인수만으로 기업의 문화가 경직될 것이라는 예상이 컸다.

하지만 이 같은 선입견을 의식하기라도 한 듯 MS는 다른 행보를 보여준다. 일에 관한 가장 많은 고민을 하고 수평적인 문화를 가진 링크드인을 통해 조직 내 협업을 다양화하고 외부 커뮤니티와의 협력을 중시하는 문화를 만들어냈고 팬데믹에도 원격 근무 등에 빠른 적응력을 만들어냈다. MS는 현재도 원격 근무 방침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개발자 중심의 공유, 협업 문화를 가지고 있는 깃허브의 경우 MS가 개방성과 협력의 가치를 학습하고 실행하기에 가장 적절한 시너지를 낼 수 있었다. 차츰 MS는 협력과 공유에 강한 기업으로 이미지가 변모했고 2023년에는 오픈AI와의 대규모 파트너십까지 이루는 성과를 냈다. 그렇게 덩치 큰 폐쇄적인 회사는 50년을 맞아 AI 시대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유연성과 속도를 갖게 됐다.

에필로그 : 다음 50년을 위해 필요한 것

/사진 제공=챗GPT 4o


개인적으로 그 성취를 두고 많은 이들의 평가가 엇갈리는 인물인 스티브 발머 전 CEO에서 3대에 걸친 MS의 지속가능성을 발견한 부분이 있다. 그가 인터뷰를 통해 공개한 일화다.

워런 버핏의 오랜 동업자인 고(故) 찰리 멍거가 은퇴한 발머 CEO에게 물었다.

“왜 상당수의 MS 주식을 아직 갖고 있습니까. 내가 생각하기에 당신은 그리 똑똑하지 않은 것 같은데 말이죠."

그러자 발머가 말했다.

“글쎄요. 나는 충성심이 있습니다. 나는 MS의 저력을 믿고 MS 사람들을 믿습니다. MS의 미션을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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