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지방 아파트 외지인 거래 비중이 약 18년 만에 최저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지방 준공 후 미분양 매수 시 주택 수 제외 등 당근책을 내걸었지만 ‘수도권 똘똘한 한 채’ 선호 현상이 짙어지며 투자 심리가 살아나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3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1~5월 지방 아파트 매매거래 중 외지인 비중은 약 17%에 그쳤다. 이는 1~4월 기준 2006년(14%) 이후 약 18년 만에 최저치다. 지방 외지인 아파트 매매 비중은 2022년(1~4월) 30%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수도권 집값이 고점에 다다르자 상대적으로 아파트값이 저렴한 지방으로 투자 수요가 쏠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방 미분양 적체가 심화하면서 지난해(1~4월)에는 19%로 비중이 급감했고 회복기에 접어들지 못하는 모습이다.
이는 수도권과 다른 양상이다. 올해 1~5월 수도권 아파트 매매거래 중 외지인 비중은 약 22%로 집값 상승기인 2021년 1~5월(21%)보다도 약 1%포인트 높다. 특히 서울 아파트 매입자 중 ‘서울 외 거주자’ 수는 올해 3월 785명에서 4월 1061명으로 급증한 뒤 5월에도 1063명으로 2개월 연속 1000명을 넘겼다. 자치구별로는 송파구가 92명으로 가장 많고 이어 강남구(73명), 노원구(70명), 영등포구(67명), 마포구(66명) 등의 순이다.
지방에서 외지인 투자 비중이 가장 낮은 지역은 부산·울산·전북·경남·제주로 14%에 그쳤다. 한때 외지인 비중이 50%에 달했던 세종도 올해 1~5월에는 29%에 그쳤다. 부산의 A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지역 내에서도 거래가 안 되는데 최근 아파트값이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에 호가는 전혀 움직이지 않는다”며 “그만큼 외지인들의 투자 매력도도 낮아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미분양 적체 현상이 심화하는 것도 외지인 투자 비중 회복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5월 부산의 미분양 아파트 물량은 총 5496가구로 2개월 전보다 약 70% 증가했다. 남구에서 분양한 고가 아파트 ‘헤링턴 마레’ 총 2205가구 중 1200여 가구가 무더기로 미분양되며 집계에 포함된 여파 등으로 풀이된다. 같은 기간 광주는 미분양 물량이 1286건에서 1707건으로 약 32%, 경남은 3872건에서 4694건으로 약 21% 늘었다.
외지인들이 발길이 뚝 끊기며 수도권과 달리 지방 집값은 여전히 하락세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달 넷째 주(24일 기준) 지방 아파트 값은 전주 대비 0.05% 내리며 5주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하락 폭도 지난달 초(-0.02%)보다 커졌다. 지역별로는 대구의 하락 폭이 0.15%로 가장 컸고 부산(-0.07%), 경남(-0.05%), 대전(-0.03%), 충남(-0.02%) 등도 하락세를 유지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지방에 남아있는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은 이미 악성 미분양이라는 낙인이 찍힌 곳”이라며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등 대출이 묶여 있는 상황에서 섣불리 지방 원정 투자에 나서기는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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