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 야당의 ‘채상병특검법’ 강행 처리에 반발한 국민의힘이 이틀에 걸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통해 법안의 위헌성과 부당성을 호소하는 한편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사법 리스크까지 꺼내들며 지연전을 펼쳤다. 다만 절대다수 의석을 보유한 야권에 막혀 ‘24시간짜리’ 시한부 투쟁에 그치면서 지난 21대 국회에 이어 또다시 한계를 절감했다.
국민의힘은 전날에 이어 이날까지 법제사법위원회 여당 간사인 유상범 의원을 시작으로 소속 의원 4명을 투입시켜 특검법 반대 토론을 진행했다. 여당 의원들은 특검법을 ‘거야의 정치 선동’이라고 규정한 뒤 민주당이 주도한 특검법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당내에서 두 번째 주자로 발언대에 선 검사 출신 주진우 의원은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단장이었던 박정훈 대령을 겨냥해 “박 단장이 제대로 수사하고 처리했는지가 이 문제의 본질”이라며 “적은 인력으로 (사건을) 왜 이렇게 급하게 결론 내려 했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짚었다. 주 의원은 “대장동 비리 사건을 일주일이나 열흘 만에 민주당 인사들 10명씩 입건해서 조사받으라고 한다면 민주당 의원들은 수긍하겠나”고 반문했다.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인 박준태 의원은 토론 도중 양해를 구해 화장실을 다녀오는 등 이번 필리버스터에서 가장 긴 6시간 50분 동안 발언했다. 박 의원은 특검법 추진 과정을 두고 “특정 정파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잘 짜여진 시나리오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며 “한쪽으로는 이 전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방탄하기 위한 노력에 최선을 다하고 다른 한쪽으로는 채 해병 사건을 통해 권력 핵심에 타격을 주기 위한 노력이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발언을 마치고 연단에서 내려오는 박 의원을 안아주며 격려했다.
마지막 토론자로 나선 곽규택 의원은 이 전 대표의 측근인 이화영 전 경기도 부지사의 대북 송금 사건 1심 판결문을 낭독했다. 이에 민주당 의원들은 채상병특검법과 무관한 내용이라며 주 부의장에게 항의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민주당이 전날 토론 종결 동의안을 제출해 토론 시작 24시간 뒤 우원식 국회의장이 강제 중단을 선언하려 하자 여당 의원들이 이에 항의하면서 본회의장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기도 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