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짧게 홍콩을 다녀왔습니다. 간 김에 홍콩의 제로웨이스트숍에 들러봤는데, 한국과 비슷하면서도 다른 점들이 꽤 많았습니다.
에디터가 다녀온 홍콩 제로웨이스트숍은 홍콩섬 센트럴 지역에 위치한 센트럴 마켓 2층에 자리잡은 슬로우드입니다. 센트럴 마켓은 과거 시장이었던 건물을 리모델링한 아담한 쇼핑몰인데, 지금은 젊은층이 좋아할 만한 소품류나 식음료 매장으로 채워져 있습니다.
가장 눈에 띄는 건 방대한 식재료였습니다. 곡물류, 허브류, 건과일, 간식류 등이 잔뜩이었습니다. 특히 면의 나라답게 건면류만 파스타, 쌀국수, 호박면(비건) 등 10여종에 달했습니다. 또 더운 나라답게 건과일 중에선 용과, 스타프루트, 망고, 대추야자처럼 우리나라에선 보기 힘든 품목들도 많았습니다.
식재료들은 종이봉투에 담아 무게당 판매하는 방식입니다. 에디터가 이 곳에 머무는 동안 다회용기를 들고 다니는 손님은 눈에 띄지 않았습니다. 아무래도 다회용기를 챙겨 나오기 어려운, 번화가라는 위치 때문일 것 같았습니다. 다회용기에 담아 사 간다면 제로웨이스트란 취지가 더 살아나겠지만 종이봉투라는 선택지가 있다면 아무래도 더 많은 소비자들이 쉽게 접근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 눈에 띄는 점은 제로웨이스트가 아닌 제품들, 예를 들어 플라스틱 용기에 펌프까지 달린 샴푸와 바디워시(1번 사진) 등을 판매중이란 점이었습니다. 물어보니 100% 재생 플라스틱 용기라고 합니다. 애초에 포장 용기 없이, 내용물만 덜어 사는 것이 가장 친환경일텐데 제로웨이스트숍이 이래도 괜찮은가 싶긴 했습니다. 그러나 너무 엄격한 제로웨이스트숍이라면 살아남기 힘들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재차 들었습니다. 제로웨이스트숍의 스펙트럼도 다양할 수 있으니까 말입니다. 슬로우드에서는 종류가 적긴 하지만 다회용기에 담아갈 수 있는 세제, 워시류(2번)도 판매 중이었습니다.
한국의 아로마티카(3번)가 당당하게 홍콩 소비자들을 만나고 있었습니다. 마치 아로마티카 주주라도 된 것처럼 자랑스러웠습니다. 그리고 접이식 실리콘 텀블러(4번)는 꽤 신기했어요. 그러나 물어보니 입구 부분과 몸체가 분리가 안 돼서, 그리고 입구가 좁아서 세척에 한계가 있을 것 같아 아쉬웠습니다.
이밖에 다회용 빨대, 텀블러, 다회용기, 행주, 밀랍랩, 비누 등 제로웨이스트 기초 제품군(!)들이 눈에 띄었습니다. 제로웨이스트숍 끝판왕인 서울 망원동 알맹상점과 바로 비교하긴 어렵지만, 알맹상점에서 본 '불굴의 제로웨이스트 제품들'까진 없었습니다. 포장재 없는 치실, 월경컵, 코끼리똥 종이, '진짜' 종이 박스테이프, 덜어 파는 디퓨저 액상처럼 제로웨이스트를 향한 불굴의 의지가 돋보이는 그런 제품들 말입니다.
홍콩에는 슬로우드 외에도 많은 제로웨이스트숍이 있습니다. 아무래도 월세가 더 싼 지역에 말입니다. 슬로우드는 총 3개 지점이 있고, 홍콩의 최초 제로웨이스트숍인 라이브 제로는 더 많은 식재료를 취급하고 있습니다. 세제류가 강점인 곳도 있고요(홍콩 제로웨이스트숍들을 소개한 영문 기사 링크). 불굴의 제로웨이스트숍도 물론 좋지만, 슬로우드처럼 더 많은 용사님들이 편하게 들를 수 있는 제로웨이스트숍도 분명 필요하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혹시 홍콩에서 들르게 된다면, 지구용에도 후기 공유 부탁드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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