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증 받은 정자나 난자로 시험관 시술을 통해 아이를 낳는 사례가 많은 호주에서 규제 미비와 관리 소홀로 다양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4일(현지시간) 호주 ABC 방송 등 현지 언론 보도에 따르면 기증 받은 정자를 통해 태어난 34세 여성 캐서린 도슨은 한 모임에서 자신과 너무 비슷하게 생긴 한 여성을 발견했다. 확인 결과 그 여성도 기증 받은 정자로 태어났으며 두 사람의 생물학적 아버지가 같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도슨은 기증자 코드를 활용해 자신의 생물학적 형제자매를 찾아 나섰고 1년 만에 50명이 넘는 이복 형제자매를 확인했다. 그는 호주 ABC와 인터뷰에서 "최대 700명의 형제자매가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과거 1970~1980년대 정자를 기부할 때마다 10호주달러를 지급했던 정책이 시행됐는데 이를 악용해 여러 이름을 써가며 자기 정자를 수백회 기증한 사람들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갈수록 정자를 기증하는 사람이 줄어들면서 최근에는 불임 클리닉에서 한 명의 정자를 여러 번 사용하기도 한다. 이러한 문제 때문에 정자 기증으로 태어난 사람들은 자신의 이복 형제가 누구인지 알 수 없어 근친상간이 발생할 수 있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기증 받은 정자 관리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한 부부는 세 명의 자녀를 시험관 수정 방식으로 낳았다. 부부는 병원에 자녀들이 동일한 생물학적 아버지를 갖게 해달라고 요구해 3차례 모두 기증자가 동일한 것으로 기록된 정자를 사용했다. 그러나 태어난 아이 중 한 명은 심각한 장애를 갖고 있었고, 유전자 확인 결과 첫째와 나머지 두 아이는 친족 관계가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정자 기증자의 신원 기록이 잘못된 것이다.
이에 호주는 주 정부를 중심으로 관리 감독 강화에 나섰다. 퀸즐랜드주는 검사한 샘플의 42%가 기증자의 신원이 실제와 다를 수 있다는 최근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2020년 이전에 냉동된 수천 개의 정액 샘플을 폐기하라고 명령했다. 또 한 사람의 정자를 사용할 수 있는 횟수도 제한하고, 주 정부 차원에서 기증자를 관리하는 정보 등록소를 설립하는 법안을 도입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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