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혼 및 저출산이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자녀 대신 반려동물을 애지중지하며 키우기.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중국에서도 나타나고 있는 이러한 현상을 주요 외신인 로이터통신이 조명했다. 반려동물에게 아낌 없이 돈을 쓰는 문화가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반려동물끼리의 결혼식인 ‘펫 웨딩’까지 등장했다.
4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보도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중국 상하이에서 골든리트리버 수컷(본드)와 암컷(브리)를 각각 키우는 라이 링과 그의 여자친구 지지 첸은 자신들의 반려견 결혼식을 열었다.
두 사람은 반려견 결혼식을 일반 결혼식처럼 수 개월에 걸쳐 준비했다. 전문 사진작가를 고용해 웨딩 앨범을 만들었다. 본드와 브리를 닮은 장식이 있는 800위안(약 15만 원)짜리 맞춤형 케이크를 주문하기도 했다. 두 사람은 “반려견들 사이에 아이가 태어나기를 원한다”며 자신들의 결혼식은 서두르지 않는다고 전했다. 라이 링은 "사람들도 결혼식을 올리는데 개들이 못할 이유는 없지 않느냐"고도 말했다.
상하이의 반려 동물 전문 베이커리를 운영하는 양타오씨는 "고객이 반려견을 위한 웨딩케이크가 필요하다는 말에 처음에는 사실 놀랐다"면서도 "이미 몇 달 후에 열릴 예정인 반려견 결혼식용 케이크 주문도 들어왔다"고 전했다. 그는 "2022년 반려 동물 베이커리 운영을 시작한 후 비슷한 주문을 여러 차례 받았으며 향후 반려견 결혼식이 점점 더 많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러한 반려 동물 결혼식은 반려동물 보유 인구 수 증가와 맞물려 반려동물을 가족의 일원으로 여기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는 중국 사회의 변화를 보여준다고 로이터통신은 평가했다. 중국에서는 비혼 증가와 저출산, 인구 고령화를 겪으면서 반려동물을 기르는 인구가 급증하는 추세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내 반려동물에 대한 지출 규모는 전년 대비 3.2% 증가한 2793억 위안(약 52조 85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려 동물을 키우는 대다수의 연령대는 40세 미만으로 알려졌다. 이는 중국 젊은이들 사이에 결혼을 안 하는 문화가 확산하는 것과 대조적인 흐름이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중국의 초혼 등록은 197만 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7만 8000건 줄었다.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추락하는 경제, 만연한 청년 실업, 커지는 남녀 평등 인식, 우선순위의 변화 속에서 중국의 결혼 건수가 급감했다"며 "지난해 중국 통계에 따르면 중국의 초혼 건수는 지난 9년 간 약 56% 줄어들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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