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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 안받고 싸지도 않고…못믿을 '착한가격업소'

■고무줄 선정 기준에 불만 확산

행안부, 올 1만곳 목표 지침개정

한가지 메뉴만 평균 이하면 점수

이용자 만족도 등 정성평가 빠져

숫자 늘리기에만 급급·신뢰 잃어

지난 4일 서울 종로구 관철동 식당가를 찾은 시민이 김밥 가격을 보고 있다. 연합뉴스




#경북 포항시민 A씨는 착한가격업소를 찾았다가 황당한 경험을 했다. 1만 3000원이라던 이발비가 카드결제 영수증에는 1만 5000원이 찍혀 있었기 때문이다. A씨가 왜 안내 가격과 다른지 따지자 점주는 “현금과 카드 결제 가격이 다르다”고 했다.

#서울의 대학생 B씨는 집에서 떨어진 착한가격업소 중식당을 찾았다가 실망하고 돌아왔다. 자장면 한그릇 가격이 7000원이었는데 동네에도 같은 가격에 자장면을 파는 가게는 많아 굳이 방문할 필요가 없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정부가 물가를 잡겠다며 착한가격업소 숫자 늘리기에 나섰지만 소비자 불만은 오히려 고조되고 있다. '고무줄’ 선정 기준이 적용되면서 도입 취지가 퇴색되고 소비자 신뢰를 잃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7일 서울경제신문이 착한가격업소로 지정된 서울의 이·미용업점에 확인한 결과 7곳 중 6곳이 카드기 미설치 등을 이유로 카드 결제를 받지 않고 현금 결제 또는 계좌이체를 요구했다. 나머지 한 곳은 카드를 쓸 수 있지만 카드 결제시 현금가보다 10% 더 비쌌다.





행정안전부가 저렴하다고 인증한 착한가격업소는 2011년부터 운영되고 있다. 각 지방자치단체가 업체 신청과 추천을 통해 선정하며 선정시 상하수도 요금 감면, 쓰레기봉투·주방세제·고무장갑 지원을 받는다.

최근 행안부 홈페이지에는 카드 환급 홍보를 보고 이용원·미용실·모텔·여관 등 1인 가게 또는 영세 영세 업체를 찾았다가 카드 결제가 안 되거나 현금가와 카드가가 달라 피해를 입었다는 불만이 줄을 이었다. 올해 물가가 급등하자 정부는 1만 원 이상 결제 시 1회당 2000원 할인이 가능한 신용카드 종류를 기존 1개에서 9개로 늘렸다. 대구 이용원을 찾았던 한 이용자는 “홍보 글을 보고 카드 할인을 받으러 갔다가 단골집보다 3000원 비싸게 이발을 했다”며 “카드 가능 여부를 파악하고 착한가격업소로 선정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행안부 지방물가정보와 비교해 가격이 저렴하다고 느끼기 힘든 가게도 많다. 지난 5월 기준 김밥 한줄 평균 가격이 3000원 미만인 지역에서는 김밥을 3000원에 파는 분식점들이 착한가격업소로 지정됐다. 서울 자장면 한그릇의 평균 가격(7223원)과 별 차이가 없는 가게들도 착한가격업소 이름을 달았다.

행안부가 올해 연말까지 착한가격업소를 7500개에서 1만 개로 늘리겠다며 ‘착한가격업소 지정 및 관리 지침’을 개정하면서 선정·관리 기준이 느슨해졌다. 기존에는 평균가격보다 얼마나 저렴한지 따져 점수를 줬는데, 지난해 8월 개정 후에는 저렴한 정도에 상관없이 평균만 되면 동일한 점수를 준다. 또 착한가격 메뉴 수가 2개·3개·4개 이상인지에 따라 차등 점수를 주던 기준이 사라지면서 한가지만 평균 이하면 착한가격업소로 지정된다. 이용자 만족도 등 정성 평가 기준도 빼버렸다. 서울의 한 구청 관계자는 “구체적 기준이 있는 건 아니기 때문에 주변 한 두 군데보다 싸면 착한가격업소로 판단한다”며 “지침이 완화되서 신규가 늘고 재지정 탈락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이처럼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는데도 행안부는 손을 놓고 있다. 각 지자체가 수시로 정보를 수정할 권한이 없어 가격 인상 정보가 1년째 반영되지 않거나 틀린 전화번호가 수년째 노출되는 경우가 상당하다. 홈페이지에 이러한 불만글이 빗발치자 지난달부터 홈페이지 개편을 이유로 수년간의 후기들도 모두 삭제해버렸다. 행안부 관계자는 “카드를 받지 않는다면 탈세에 해당되기 때문에 그런 가게는 있을 수 없다”며 “관리에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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