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몽 같은 밤이었습니다. 엄연한 사실은 내가 망쳤다는 겁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달 4일 방송된 미국 위스콘신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1주일 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맞붙었던 대선 후보 TV 토론에서의 참패를 인정했다. 대선을 4개월 앞둔 6월 27일, 90분 동안 진행된 첫 대선 토론에서 쉰 목소리로 횡설수설하는 바이든 대통령의 노쇠하고 불안정한 모습이 전국으로 생중계됐다. 바이든의 아킬레스건인 고령 리스크가 만천하에 드러난 것이다. 바이든은 “무대에서 90분간 실수했다”면서 “3년 반 동안의 업적을 봐달라”고 호소했지만 표심은 트럼프 쪽으로 기울었다. 최근 조사 결과 트럼프 대 바이든의 지지율은 49% 대 41%로 격차가 더 벌어졌다.
바이든의 대선 토론 실패는 가장 먼저 월가에 영향을 끼쳤다. 달러화 가치가 상승했고 10년 만기 미국 국채 수익률은 토론 전 4.2%대에서 1일 4.48%까지 치솟았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투자자들이 공화당의 대선 승리에 베팅하면서 ‘트럼프 트레이드’가 돌아왔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트레이드는 트럼프 집권 시 대규모 감세와 경기 부양책으로 재정 적자 심화, 인플레이션 재연이 예상됨에 따라 미국 국채 가격은 하락(국채 금리 상승)하고 증시는 오르는 현상을 가리킨다. 2016년 11월 트럼프의 당선이 확정되기 직전 1.85%였던 10년 만기 미 국채 수익률은 12월 중순에 2.61%까지 뛰었다. 아시아 시장도 트럼프 재집권을 예상하고 있다. 4일 도쿄 증시에서 닛케이225 평균 주가가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자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트럼프 재선 시나리오를 예상한 ‘트럼프 트레이드’의 부활”이라고 진단했다.
선거 결과는 투표함을 열어봐야 알 수 있지만 바이든 대통령의 실책과 민주당의 균열 속에 트럼프 재집권은 점차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더 강력한 보호주의와 자국 우선주의, 미중 무역 전쟁이 펼쳐질 ‘트럼프 2.0’ 시대가 열리기 전에 대미 통상외교 채널을 강화하고 수출을 다변화하는 등 치밀하게 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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