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는 6일 서울 여의도 대산빌딩 선거사무실에서 진행한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김건희 여사가 사과해야 할 대상은 제가 아니라 국민들이다. 그런데 왜 제 허락을 받고 사과해야 하느냐”고 말했다. 4·10 총선 국면에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던 한 후보가 명품 가방 수수 사건에 대해 대국민 사과하겠다는 김 여사의 문자메시지를 받고도 답하지 않았다는 논란이 불거지자 경쟁주자들과 친윤(친윤석열)계의 공세가 이어지는 데 대한 반박이다. 한 후보는 “전당대회를 코앞에 두고 6개월 전 문자메시지를 공개한 건 누가 봐도 제가 당 대표되는 걸 막으려는 불순한 의도”라며 “당시 ‘친윤’들은 절대 사과해서는 안 된다고 떠들고 다녔고 원희룡·나경원 후보도 그땐 사과 필요성에 대해 한마디도 없었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한 후보와 일문일답.
-총선 패배 뒤 이른 등판이라는 지적이 있다.
△(선거가 끝난 뒤) 당초 본격적인 정치에 들어오지 않을 생각이었다. 국민들로부터 심판을 받았지만, (당이 여전히) 민심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고, 그러한 상황이 두 달여 동안 계속됐다고 생각한다. 이에 내가 국민의힘의 위기를 극복하고 다시 이기는 정당이 될 수 있도록 충분한 도움을 줄 수 있겠다는 판단을 했다.
-국민의힘이 처한 가장 큰 문제점과 쇄신 방안은 무엇인가.
△지금 민심에 반응하기 위해 당이 몸부림치고 변화하려는 모습을 보여야 하는데, 선거 이후 그런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민심이 강한 심판을 내렸음에도 당은 여전히 ‘우리끼리 이대로 가도 괜찮다’는 인식을 가진 것으로 평가받는 듯하다. 신속하게 변화하려는 노력을 가시적으로 보이는 게 필요하다.
-전당대회가 다가올수록 한 후보를 향한 공세가 집중되고 있다.
△내가 할 일을 하다 공격받는 것은 일하는 사람이 감수해야 될 문제라고 생각해서 크게 개의치 않는다. 다만 당이 위기 상황이고 승리기반을 만들어야 할 전당대회를 특정인에 대한 인신공격과 네거티브로 덮어버리는 상황이 굉장히 안타깝다. 나라고 저걸 못하겠다. 할 수만 있다면 내가 제일 잘할 것 같은데, 그런 대응은 자제하려 한다. 국민들이 어떻게 보시겠나. 참으려고 한다.
-김건희 여사 문자 논란이 커지는 양상인데.
△김 여사가 뭘 제안한 게 있는 건 아니다. 그 시점에 대통령실은 내가 ‘사과해야 한다’고 말씀드린 것에 대해 ‘그건 아니다’고 강하게 반발했고, 급기야 내게 사퇴요구도 했다. (문자내용을) 구구절절하게 설명하진 않겠다. 중요한건 나는 국민의 눈높이에서 맞지 않는다는 얘기를 했고, 대통령실에 공식채널을 통해 사과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문자를 받은 직후에는 그런 이유 등으로 사퇴요구를 받았고, 사과할 시간들이 많았지만 사과가 이뤄지진 않았다. 그런데 내가 답을 안 해서 사과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 무슨 말인지, 논리적으로 이어지는 게 가능한 말인가. 2월에도 ‘윤석열 대통령의 KBS 대국민 담화에서 어떤 방식으로든 사과해야 한다’고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리고 사과의 대상은 내가 아니라 국민인데, 왜 내 허락을 받는가.
-실제 메시지에 ‘사과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말도 들어있었다는 얘기가 있다.
△그런 말도 들어있었다. 그리고 문제는 공적인 이슈라는 점이다. 당사자인 영부인과 당대표인 비대위원장이 텔레그램으로 얘기해야할 일인가. 그리고 만약 구구절절 답했다고 생각해보자. 이런 식으로든 어떤 식으로든 전당대회에서 노출됐다면 어떤 것들이 더 비난받아야 할 일인가. 당연히 후자 아닌가. 국정을 사적인 방식으로 해결한다는 비판이 나오지 않겠나. 더불어민주당이 어떻게 볼 것이며, 국민들이 볼 때도 좋게 보이진 않을 것이다. 그 때 대답을 했는데, 뒤늦게 까졌다면 더 큰 문제가 됐을 것이다. 살펴볼 필요도 없는 게 나는 (문자를 받은지)하루 뒤에 사퇴요구까지 받았다. 그런 걸 감수하면서 나는 (공적인 채널로) 내 입장을 밝혔는데, 그 이후 상황을 보면 (김 여사의 문자는) 대통령실의 입장과 안 맞는 얘기지 않느냐. 그러면 당 대표인 내가 사적으로 여사와 그 문제를 해결하라는 말인가.
-왜 이런 시점에서 김 여사와의 문제가 공개됐다고 생각하나.
△전당대회에서 나를 막기 위한 의도가 있다는 건 서로 다 알지 않나. 갑자기 6~7개월이 지나서 문자를 공개한 건 석연찮은 게 아니라 나를 막기 위함이 아닌가. 나는 공적인 문제에 대해 공적으로 해결해야한다고 생각하고, 그런 입장을 견지해왔다. (김 여사가) 그런 입장이 있으면 사과하면 되는데, 아직까지 안했지 않나. 친윤계도 당시 ‘절대 사과하면 안 된다’고 밖에다 떠들고 다니지 않았나. 원희룡·나경원 후보도 그땐 사과가 필요하다고 한 마디라도 했는가. 나는 사과요구를 했고 사퇴요구도 받았는데, 그분들은 왜 그 때 당시 얘기하지, 이제 와서 저렇게 나오나.
-이전에도 김 여사가 당무를 논의하려 한 적이 있나
△더 얘기는 안하겠다. 나는 공적인 문제를 공적으로 해결해야하고, 공적인 임무를 수행하는 데 있어 사적인 친소관계가 개입되면 안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민주당은 ‘김건희 특검법’마저 추진하려한다.
△사안의 진행상황과 이미 드러난 부분들을 감안했을 때, 수사를 지켜볼 시점이지, 현 단계에서 특검을 말할 단계가 아니다.
-김 여사에 대한 소환조사도 필요하다는 얘기가 나온다.
△수사기관이 판단할 부분이고, 정치권이 이래라저래라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다만 ‘법 앞의 평등’이라든가 부분을 잘 염두에 두고 판단해야 것이다.
-당내에서 채상병 특검법에 대한 반발이 있는데도 ‘제3자 추천 특검’ 필요성을 주장하는 이유는.
△특검을 반대하는 논리자체가 잘못됐다는 게 아니라 고착된 상황을 타개할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다. 내가 대안을 내니 (특검법을 찬성해온) 김재섭 의원도 넘어오고, 국민들에게도 명분을 드릴 수 있는 등 돌파구가 생기지 않았나. 여론조사에서도 민주당이 정하는 특검에서 대법원장이 정하는 대안을 찬성하는 쪽으로 프레임이 바뀌고 있다. 대안을 내면 이 사안에 소극적이지 않다는 강한 메시지를 드릴 수 있찌만, 반대만 해선 그 반대를 관철할 수 있겠나.
-22대 국회에서 거야의 독주를 어떻게 견제할 예정인가.
△거야가 막나가는 상황에 대해서 민심이 생각보다 강하게 제지하고 있진 않다. 민심이 내준 숙제들을 제대로 해내지 못한 우리를 심판하는 모드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그 부분에 대해 민심에 빨리 부합하는 모습을 보여드리면 민주당에 대한 심판도 이뤄질 것이라 본다.
-여당 대표가 된다면 이재명 대표와도 대화가 필요할 텐데.
△정치를 해야 하기에 대화와 타협, 합의를 도출해야할 대상이다. 그렇다고 범죄가 없어지는 건 아니다.
-대권 도전에 대한 생각은.
△나는 멀리보고 있지 않고 지금 상황에서 당이 당면한 위기를 극복하고, 승리기반을 만드는데 집중하겠다. 우리 지지층은 이기는 대권후보를 정말 열망하고, 최우선 순위로 둘 거다. 그게 누가 될지는 꼭 나여야 한다는 개인의 무제가 아니라 우리 진영이 갖고 있는 전체적인 전략의 차원일 것이다. 내 커리어 차원에서 관리하진 않을 것이고, 그때 지지층이나 당원들이 (내가 적합하다고) 판단한다면 열심히 맞서 싸울 것이다.
-당 대표 되면 가장 처음으로 하고 싶은 일은.
△할일이 많겠지만 우선 당원동지들을 만나는 거다. 지금 우리는 한 사람의 리더십으로 위기를 해쳐나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니고, 원내든 원외든 가리지 않고 다 같이 뛰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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