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고령 리스크’가 9~11일(이하 현지 시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서 또다시 시험대에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달 TV 토론에서 인지력 저하 논란이 불거진 후 처음으로 주최하는 국제회의인 만큼 그의 일거수일투족에 전 세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갈수록 커지는 사퇴 압박에도 바이든 대통령은 완주 의지를 강조한 데 이어 후보 교체를 주장하는 당원들을 겨냥해 “전당대회에 직접 나와서 내게 도전하라”는 날 선 메시지를 날렸다. 그러나 이미 공개적인 사퇴 요구까지 나온 상황인 만큼 내부 분란을 완전히 봉합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블룸버그통신은 8일 “바이든 대통령은 나토 정상회의를 계기로 자신의 재앙적 토론 성과를 불식시키려는 시도에 나설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번 회의에서 북미·유럽 31개 회원국은 물론 한국·일본·호주 등 초청국 정상들이 모여 우크라이나 전쟁 등 복잡한 안보 의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나토 맹주국 수장으로서 이날 멜런 오디토리엄 연설을 시작으로 10일 각국 정상과 회담, 11일 기자회견까지 빡빡한 일정을 소화해야 한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국가안보소통보좌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미국 리더십의 중요성을 믿지 않는다면 (각국 정상들이) 미국에 올 이유가 없다”며 “바이든 대통령은 이를 매우 중요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동맹국들 역시 바이든 대통령의 고령 논란을 이번 나토 회의의 중대 화두로 보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당선될 경우 나토의 최대 현안인 우크라이나 전쟁 지원 등에 대한 미국의 입장이 뒤바뀔 가능성이 크다. 가디언지는 한 유럽 당국자를 인용해 “바이든 대통령의 고령 리스크는 중대 우려가 됐다”며 “나토의 다른 실질적인 의제에 대한 방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민주당 의원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완주 의지와 단결의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그는 “언론 등의 각종 추측에도 불구하고 확고히 이번 대선 레이스에 남아 트럼프를 이기는 데 전념할 것”이라며 “이제 힘을 모아 단결된 당으로 전진하고 트럼프를 패배시켜야 할 때”라고 밝혔다. 이어 “오직 유권자만이 민주당의 후보를 결정할 수 있다”며 “우리가 당(의 절차)을 무시할 경우 어떻게 미국의 민주주의를 지킬 수 있겠느냐”고 주장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민주당 전당대회까지 42일, 대선까지는 119일이 남았다”면서 “향후 임무에 대한 결의 약화나 명확성 부족은 오직 트럼프에게만 도움이 되고 우리에게는 상처를 준다”고 강조했다. 독립기념일 휴회를 마치고 미국 상·하원 의원들이 복귀하는 이날 자신에 대한 사퇴 여론이 더 고조되는 것을 막기 위해 선제적인 조치를 취한 것으로 풀이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서한이 공개된 직후 진행된 MSNBC ‘모닝 조’와의 인터뷰에서 “나의 사퇴론을 주장하는 세력은 민주당 ‘엘리트’ 계층”이라고 지적하며 이들을 겨냥해 “대선 출마를 선언하라, 전당대회에서 내게 도전하라”며 역공에 나섰다. 같은 날 질 바이든 여사는 사우스캐롤라이나 윌밍턴 유세에서 “남편(바이든)은 이번 선거에 모든 것을 걸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으며 나 역시 남편의 선거에 다 걸었다”며 사퇴론을 일축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당내 분란을 진화하기 위해 하킴 제프리스 하원 원내대표,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 제임스 클라이번 의원 등 당 지도부와 대화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바이든 대통령의 메시지가 민주당을 다시 응집시킬지는 미지수다. 뉴욕타임스(NYT)는 “바이든은 TV 토론 이후 선거 캠페인에 등장했을 때나 ABC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주장했던 내용을 반복하고 있다”며 “바이든의 서한이 민주당의 우려를 무디게 할지는 불분명하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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