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3세를 사칭해 수십억 원대 투자 사기를 벌인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2년이 선고된 전청조(28) 씨에게 검찰이 항소심에서 징역 15년을 구형했다.
서울고법 형사합의13부(부장판사 백강진)은 11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공문서위조 및 위조공문서행사, 사문서위조 및 위조사문서행사 혐의로 기소된 전 씨와 그의 경호실장 이모(27) 씨의 결심공판을 진행했다. 이 씨는 전 씨의 경호실장 역할을 하다가 사기 혐의 등으로 함께 구속기소돼 1심에서 징역 1년6개월을 선고받았다.
전 씨 측 변호인은 최후변론을 통해 “(전 씨가) 진지하게 반성하고 있고 공범 수사에 매우 적극적으로 협조했다”며 “(1심에서) 권고형을 벗어나는 징역 12년을 선고했는데 유사 사례와 비교해봐도 매우 가중하다”며 선처를 호소했다.
이어 “언론의 부정적 시각과 사회적 관심이 (중형에) 영향을 끼치지 않았나 조심스럽게 말한다”며 “자신이 지은 죄에 합당한 양형만 받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
이 씨 측 변호인은 “초범이고 해당 사건 범죄수익이 전혀 없다”며 “전 씨의 기망에 피해자성을 갖고 있다는 점, 성실하게 수감생활을 하면서 자신의 무지와 어리석음을 탓하며 뉘우치고 있는 점, 극심한 스트레스로 지속적 치료가 필요하고 극심한 우울증을 겪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해달라”고 했다.
전 씨는 최후 진술에서 “저로 하여금 피해를 본 피해분들께 진심으로 반성하고 사죄한다”며 “피해자에게 제 사죄가 와닿는 순간까지 고개 숙여 죄송하다고 할 것이며 있는 힘껏 피해 회복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또 재판장을 향해 “저의 유년시절이 온전하지 못한 가정 환경으로 긴 시간 상처를 받으면서도 잘못된 상처를 누구에게도 한 번도 말해보지 못했다”며 “부끄럽고 창피해서 아무 말 못 했던 것을 돌아보니 진정 부끄러운 것은 유년시절이 아니라 지금 저의 모습이다”고 울먹였다.
이어 “사랑에 결핍됐던 탓에 사랑을 잘 알지 못했는지 사랑을 받기 위해 저는 무엇이든 해야 했다”며 “저 하나 사랑 받겠다고 피해자를 기망해 금전적 피해를 끼치고 피해금을 사용했다”고 했다.
또 “무거운 형량이 구형됐지만, 검사의 따끔한 충고로 피해자의 마음을 헤아렸고 잘못이 범죄인지 깨달았다. 진짜 어른을 만난 것 같다”며 “반성문을 쓰면서 더 많은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많은 사람들이 힘든 나날을 보내는지 알고 있으면서도 무책임하게 현실적인 도움을 드리고 있지 못하고 있다”며 “피해자 분들로 인해 창피하고 부끄럽지 않은 사람이 되어 기적처럼 작은 기회가 주어진다면 피해 회복을 위해 말로만 아니고 진짜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씨는 “제가 살아온 삶이 옳다고 생각했는데 잘못된 고집인 걸 깨닫고 무지한 행동으로 피해를 본 피해자에게 죄송하다”며 “베풀고 정직하게 살아야 한다는 부모님의 가르침으로 살아왔는데 무지로 이런 일을 겪는 제 자신에게 화가 난다. 조금도 의심을 하지 못한 게 후회가 된다”고 말했다.
이에 전 씨는 이 씨를 향해 “제가 올바른 사람이었다면 이 자리에 앉아 있지 않았을 것”이라며 “나쁜 행동을 시킨 제가 더 나쁜 사람이다”라고 했다. 이날 검찰은 이 씨에겐 징역 7년을 구형했다.
두 사람은 지난해 3월부터 10월까지 각각 파라다이스 호텔의 숨겨진 후계자와 경호실장 행세를 하며 ‘재벌들만 아는 은밀한 투자 기회’라고 피해자들을 속여 해외 비상장주식 투자금 등의 명목으로 피해자 22명으로부터 약 27억2000만원 상당을 뜯어낸 혐의를 받는다.
항소심 선고 공판은 오는 9월12일 열린다.
전 씨는 이번 범행 외에도 비상장 주식 투자금 명목 등으로 3억5800만 원을 뜯어낸 혐의 등으로 추가 기소돼 별도 재판을 받고 있다. 아울러 재혼 상대로 알려졌던 전 펜싱 국가대표 남현희(43) 씨의 조카를 폭행한 혐의로도 재판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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