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의협)가 정부와 의료계의 단일 소통 창구를 만들기 위해 출범한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가 삐걱거리고 있다. 의료 대란의 직접 당사자인 전공의들이 참여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데다 의협이 최근 리더십 위기를 겪고 있어서다. 임현택 의협 회장 탄핵설까지 등장했지만 각 시도의사회장들은 임 회장에게 한 번 더 힘을 실어주기로 뜻을 모았다.
14일 의료계에 따르면 13일 예정돼 있던 올특위 정기회의는 열리지 않았다. 올특위는 의협이 정부와의 단일 협상 창구를 만들기 위해 지난달 20일 출범한 범의료계 조직이다. 시도의사회장, 의대 교수단체 대표, 전공의 대표, 의대생 대표 등이 참여해 함께 목소리를 내는 것이 본래 취지였지만 전공의·의대생들이 불참을 선언하며 ‘반쪽짜리’ 특위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올특위의 13일 일정 취소는 이런 상황에서 정기회의를 여는 것이 무의미하다고 판단한 결과로 풀이된다. 앞서 올특위는 고육지책으로 전공의·의대생의 회의 참관을 허용했으나 참관 인원조차 한자릿수에 불과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의협 측은 “올특위 회의를 잠정 중단하는 것은 아니고 한 주 쉬어가는 것뿐”이라며 “향후 일정과 관련해서는 추가 공지하겠다”고 전했다.
시도의사회 회장단 사이에서도 ‘올특위 무용론’이 부상했다. 16개 시도의사회 회장단은 13일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에서 회의를 열고 올특위의 존재 의미를 재검토해달라고 건의하기로 뜻을 모았다. 회의 참석자는 “전공의와 학생들이 빠진 상황에서 올특위가 지속되는 게 맞는지를 두고 대화를 나눴다”며 “이들이 들어오지 않는 이상 특위 정체성에 의미가 없다는 의견이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들은 취임 100일도 안 돼 탄핵설이 나온 임 회장에게 한 번 더 힘을 실어주기로 했다. 임 회장은 지난달 18일 의협 총궐기대회에서 회원들과 사전 논의 없이 ‘27일부터 무기한 전면 휴진’을 발표해 내부 반발에 부딪혔다. 지난달 26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청문회에서의 ‘막말 논란’ 등 부적절한 언행으로도 의료계 안팎의 비판을 받았다.
의협의 한 관계자는 “현재 의정 갈등 상황 외에도 보건의료기본법이나 간호법 등 여러 현안이 많은데 임 회장의 특별한 움직임이 보이지 않으니 여기저기서 우려가 나오는 건 사실”이라면서도 “회장 탄핵까지 얘기할 단계는 아닌 것 같고 출범한 지 얼마 안 된 집행부가 열심히 일할 수 있도록 독려하는 게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대학병원들의 전공의 사직 처리 기한이 다가왔지만 이들의 복귀 여부는 불투명하다. 앞서 정부는 각 수련병원에 15일까지 전공의들의 복귀 또는 사직을 처리해 결원을 확정해달라고 요구했다. ‘빅5’ 병원은 전공의들에게 복귀·사직 여부를 확인해달라는 문자 메시지를 발송했고 이에 답하지 않을 경우 복귀 의사가 없다고 간주해 자동 서직 처리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전공의 임용 시험 지침’을 완화해 사직 전공의들이 올 9월 같은 연차와 전공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준 상태다. 현행 지침상 수련 도중 사직한 전공의는 1년 이내 같은 전공이나 연차로 복귀할 수 없지만 올 9월에만 예외를 인정해주겠다는 것이다. 다만 사직서 수리 시점은 정부가 사직서 수리 금지 명령을 철회한 ‘6월 4일’로 못박았다.
2월에 병원을 이탈한 전공의들이 이번에 복귀하지 않으면 내년 3월에도 복귀할 수 없다는 의미다. 하지만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은 10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의대생들의 의사 국가시험 거부 기사를 공유하며 “학생들의 결정을 존중하고 저도 안 돌아간다”고 밝혔다.
다만 ‘빅5’ 등 수도권 병원과 피부과, 안과, 성형외과 등 인기 과목을 중심으로 전공의 복귀가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대한의학회는 입장문을 내고 “현재 상황에서 지방 전공의 또는 소위 비인기과 전공의가 서울의 대형병원 또는 인기과로 이동 지원하는 일들이 생길 수 있어 지방 필수의료의 파탄은 오히려 가속화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