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9일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이 시행됩니다.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률 뿐 아니라 동 시행령·금융당국의 가상자산업감독규정·가상자산시장조사업무규정도 동시에 시행됩니다.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시행으로 이전과 어떤 것이 달라지는지 및 관련 이슈에 대하여 살펴보겠습니다.
법 명칭에서 나타나듯이 이 법은 가상자산을 이용하는 이용자 보호가 최우선 목적입니다.
우선 이용자가 가상자산사업자에게 예치한 예치금과 가상자산이 보호됩니다. 예치금 100%가 은행 등에 예치돼야 하고 가상자산사업자는 국채 등 안전 자산으로만 운용이 가능합니다. 뿐만 아니라 예치금에 대해 일정한 이자도 이용자에게 지급해야 합니다. 가상자산사업자 파산시 이용자의 예치금을 우선 지급해야 하며, 압류, 상계가 금지됩니다.
가상자산의 경우 고객 가상자산의 80%를 인터넷과 단절된 콜드월렛에 보관해야 하고 가상자산사업자가 실질적으로 보유해야 합니다. 따라서 델리오나 하루인베스트먼트 사태처럼 고객 가상자산을 제3자에 위탁 운영하는 것이 불가능합니다. 또한 해킹 등 사고 대비를 위하여 보험 및 공제 가입이나 준비금 적립을 의무화했습니다. 다만 은행 예금처럼 5000만원까지 보호되는 제도는 도입되지 않았습니다. 콜드월렛의 도난·분실이나 콜드월렛의 시드구문, 개인키 누출 방지 조치, 관리 방법 등에 대한 기준과 이 경우 책임 소재에 대한 규정이 마련되지 않은 점은 추후 개선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용자의 예치금 및 가상자산 보호 규정은 중앙화거래소 같은 특금법상 신고 수리된 가상자산사업자를 전제로 한 규정입니다. 디파이 등 온체인 서비스 중 LP, FARM 스테이킹 컨트랙트, 브릿지 컨트랙트 키 관리 소홀이나 해킹, 러그풀 등으로 이용자의 자산이 소실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러한 경우까지 해당 법률이 규율을 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한국은 외국에 비해 디파이 등 온체인서비스 이용 비율이 상당히 낮은 편이긴 하지만, 블록체인 탈중앙화 특성 상 향후 디파이 분야의 시장 확대는 필연적이므로, 디파이 서비스 중 이용자 스테이킹 자산 컨트랙트 운영 및 관리 주체가 특정되는 서비스의 경우에는 이용자 보호를 위한 규정 제정이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또 가상자산사업자는 전산장애, 법원 수사기관, 국세청, 금융당국 등에서 관련 법령에 따라 요청하거나, 해킹 등 사고 발생 또는 사고 발생이 명백히 예상되는 등의 정당한 사유 없이 임의적으로 이용자의 가상자산에 대한 입출금 차단을 할 수 없도록 해 이용자의 가상자산 거래 처분의 자유를 보호하도록 했습니다. 다만 한국의 주요 가상자산거래소들 중 한 곳을 제외하고는 가상자산 중 알트코인과 달리 유독 비트코인의 경우 현재 개인지갑 등록이 불가능하게 돼 있습니다. 이로써 이용자가 가상자산거래소에 예치한 비트코인을 개인 소유의 비수탁형 지갑으로 직접 출금해 보관할 수 있는 자유가 실질적으로 침해되고 있습니다. (해외거래소로 송금한 후 해외거래소에서 개인 비트코인 지갑으로 출금하는 형태로만 가능한데, 이는 비트코인의 해외 누출, 불필요한 이중 수수료 발생 등 이용자 보호 측면에서 문제 소지가 있다고 보입니다). 미국의 경우 오클라호마주를 비롯해 11개 주에서 비트코인 기본권(BITCOIN RIGHTS)을 규정한 주법이 제정되고 있는데, 핵심 내용이 이용자가 스스로 비트코인을 비수탁형 개인 지갑에 셀프 커스터디(SELF-CUSTODY) 형태로 소유·보관할 수 있는 자유를 주 정부가 보장해야 한다는 내용입니다. 이용자의 재산권 보장 차원에서 이러한 한국 가상자산거래소의 비트코인 개인지갑 출금에 대한 사실상 금지 방침에 대한 시정 감독이 필요해 보입니다.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의 규제 수범 대상자는 신고 수리된 가상자산사업자 37곳과 그 서비스 이용자입니다. 가상자산 발행업자, 즉 코인 발행업자는 가상자산사업자 범주에 들어가지 않으므로 특금법이나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규정 대부분의 직접적인 수범 대상자는 아닙니다. 하지만 불공정거래행위의 경우에는 가상자산 발행업자 뿐 아니라 누구든지 규제 대상이 되는 점이 기존과 큰 차이점입니다. 대표적인 것이 미공개중요정보이용금지입니다. 가상자산 발행업자와 관계자 뿐 아니라 누구라도 공개되기 전의 중요 정보를 이용하거나 알게 된 경우 매매를 하여서는 안됩니다. 소외 내부자거래나 내부자를 통해 지득한 정보를 이용해 막대한 이득을 취하는 행위는 앞으로 금지되고, 이를 조사·처벌하며 이득은 부당이득으로 몰수·추징·환수됩니다. 가상자산거래소에 중요정보가 공개된 경우 공개 후 6시간이 경과해야 해당 정보가 공개된 것으로 간주되고(저녁 6시 이후 공개되면 그 다음날 오전 9시에 공개된 것으로 간주), 가상자산 발행업자의 홈페이지에 공개된 경우에는 공개 후 1일이 경과한 때 정보가 공개된 것으로 간주됩니다. 이는 중요정보의 투명한 공개를 통해 불공정거래를 방지하고 시장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한 것입니다.
기존 규제 규정이 없어 사기, 업무방해 등에 해당될 경우에만 처벌이 가능했던 소위 마켓 메이킹(유동성 공급)도 앞으로는 대부분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시세조종 행위 유형에 해당될 가능성이 높아지게 됐습니다. 기존에는 시장 조성을 위해 불가피한 것으로 용인됐던 가상자산 발행업자나 가상자산거래소의 유동성 공급이 시세조종행위 개념 범위에 대부분 포함될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자본시장법과 달리 적법한 시장조성자에 대한 규정이 없는 상황에서 모든 유동성공급자를 시세조종행위자로 간주하여 처벌할 수 있을지 향후 주목됩니다.
금융당국은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시행과 동시에 미리 제정한 가상자산업감독규정과 가상자산시장조사업무규정에 따라 이용자 자산을 보호하고 가상자산시장의 건전한 질서 확립을 위하여 가상자산사업자 등에 대한 감독 및 검사, 불공정거래행위 조사, 각종 제재 권한을 가지고 시장을 규제할 것입니다. 이로써 그 동안 사기, 스캠, 불법이 횡행했던 가상자산시장도 건전하게 성장할 것으로 보입니다.
규제가 완벽하더라도 규제를 준수할 시장이 형성되지 않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을 것입니다. 한국 가상자산거래소에 상장된 코인들 중 국내 법인 명의로 발행한 코인은 거의 없습니다. 감독당국이 국내 운영법인이 존재하지 않는 해외 법인 발행 코인의 불공정거래행위에 대한 감독 및 조사를 어느 정도까지 진행 가능할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점에서 하루 빨리 한국 기업들의 가상자산 시장 진입과 육성에 대한 2단계 법안의 입법이 절실하다고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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