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2년부터 3년째 전국 주요 전시 기관을 순회하고 있는 ‘이건희 컬렉션’이 ‘투어 종료’를 눈 앞에 두고 있는 가운데 휴가철을 맞아 제주, 전남 등에서 열리고 있는 전시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건희 컬렉션 전국 순회 전시가 올해로 종료될 것이란 소식이 전해지면서 관람객의 발길이 이어지는 것으로 보인다.
이달 21일 막을 내리는 제주 도립미술관 순회전 ‘시대유감’은 지난 4월 23일 개막 직후 한 달만에 누적 관광객 2만 여 명을 끌어모으며 화제가 됐다. ‘시대의 풍경’ ‘전통과 혁신’ ‘사유 그리고 확장’ ‘시대와의 조우’ 등 총 4개의 섹션으로 구성된 전시는 국립현대미술관이 소장 중인 이건희 컬렉션 50점과 박수근, 이산, 장욱진, 유영국, 김종영 등 우리 근현대 미술을 대표하는 작가 40명의 작품 등 총 86점을 만나볼 수 있는 기회다.
전시 1부에선 박수근·장욱진·이중섭 등 14명, 2부에선 김기창·박생광·이응노 등 10명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으며, 3부에서는 곽인식·권진규·유영국 등 13명이 시대 변화 속에서 다양성을 모색하며 자신만의 사유와 성찰을 통해 성취한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국립제주박물관에서는 8월 18일까지 ‘어느 수집가의 초대-고(故) 이건희 회장 기증특별전’이라는 이름으로 컬렉션의 대표 문화유산 360점이 전시 중이다. 제주도립미술관 이건희컬렉션이 근·현대 미술 중심의 회화작품 위주의 전시라면 국립제주박물관 특별전은 고대부터 조선시대에 이르기까지 국보, 보물, 서화 등 문화유산을 중심으로 구성된 전시다.
추사 김정희(1786∼1856)와 인연이 깊은 ‘무구정광대다라니경·국왕경응조무구정탑원기’ 모사본 서첩 실물을 만나볼 수 있다. 90년 만에 세상에 공개된 서첩은 신라 문성왕인 김경응이 855년 경주 창림사에 세운 3층 석탑인 무구정탑 안에서 1824년 출토된 무구정광대다라니경과 금동판에 새겨진 국왕경응조무구정탑원기를 기름종이로 실제와 똑같이 모사한 것이다. 하나의 서첩으로 엮인 이 두 가지 모사본에는 각각 ‘김정희인’(金正喜印)이라는 인장(낙관)이 찍혀 있으며, 젊은 시절 김정희가 해서체로 쓴 글도 담겨 있다.
금석학으로 한국과 중국의 서예 교류를 고증한 김정희는 창림사 무구정탑 출토 무구정광대다라니경과 국왕경응조무구정탑원기가 구양순체 이전의 고아한 서법을 보여주는 실물 자료라고 평가했다. 이 모사 서첩은 김정희가 보기 드문 통일신라 사경과 탑원기 진본을 고증한 사례로 가치를 인정받는다. 국보인 정선의 ‘인왕제색도’와 김홍도의 ‘추성부도(秋聲賦圖)’도 전시된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는 오는 9월 29일까지 ‘MMCA 이건희컬렉션: 피카소 도예’ 전시가 열린다. 이건희 컬렉션의 ‘피카소 도예’ 작품이 서울 밖 나들이에 나선 건 지난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 전시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이번 전시에서는 컬렉션 내 피카소 도자 작품 112점 중 107점을 만나볼 수 있다.
한편 국립현대미술관과 국립중앙박물관 등에 따르면 이건희 컬렉션은 올해 9월 국립춘천박물관, 11월 전북도립미술관 전시를 끝으로 1년 여간의 휴식에 돌입한다. 이후 양기관은 2025년 11월부터 2027년 1월까지 미국 국립아시아예술박물관, 미국 시카고미술관, 영국박물관 등 국외 순회 특별전을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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