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발표된 중국의 상반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5%를 기록하며 당국의 연간 목표인 ‘5% 안팎’을 가까스로 지켜냈다. 그러나 2분기 성장률이 시장의 전망을 크게 밑돌며 하반기에 대한 우려를 키웠다.
중국 국가통계국이 이날 발표한 2분기 GDP 성장률(4.7%)은 블룸버그통신과 로이터통신이 집계한 전문가 예상치인 5.1%에 0.4%포인트나 못 미쳤다. 1분기에 5.3%로 깜짝 성장률을 기록하며 연간 목표(5% 안팎) 달성을 위해 확보해뒀던 여유 분을 한순간에 반납한 것이다. 상반기도 넘기지 못하고 경제성장률이 고꾸라지면서 올해 목표 수성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2분기 성장률은 지난해 1분기(4.5%)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직전 분기 대비 성장률은 0.7%에 그쳤다. 이는 1분기 1.5%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전문가들의 예상치(1.1%)도 하회하며 중국 경제의 회복 모멘텀은 급격히 둔화됐다.
이날 함께 발표된 소비·생산·투자 등의 지표가 위축된 경제 상황을 대변한다. 국가통계국은 중국의 6월 소매판매가 전년 동월 대비 2.0%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는 전월의 3.7% 대비 절반 수준으로 쪼그라든 것이다. 시장 전망치인 3.3%에도 크게 못 미쳤다. 이는 2022년 12월(-1.8%) 이후 1년 6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중국 당국이 소비 촉진을 위해 기존 제품을 새 제품으로 바꾸도록 유도하는 ‘이구환신’ 정책으로 자동차·가전·가구 등의 구매 시 보조금을 제공해도 굳게 닫힌 주머니는 좀처럼 열리지 않고 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도 0.2% 떨어졌고 소비 감소 영향으로 수입도 2.3% 하락해 4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레이먼드 영 호주뉴질랜드은행(ANZ) 중화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새 제품 구매를 유도하는 정책은 실패했다”며 “급여가 삭감되고 청년 실업률도 증가하고 있어 앞으로도 (소비에) 소극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6월 산업생산은 전년 동월 대비 5.3% 증가했다. 예상치 5%를 넘는 결과지만 전월(5.6%)에 비해 하락했다. 최근 발표된 6월 수출 실적도 시장 전망치(8.0%)를 웃도는 8.6% 증가를 기록했지만 긍정적인 평가만 나오진 않는다. 1월부터 6월까지 누적 고정 자산 투자도 3.9%로 집계돼 5월까지의 4.0% 대비 하락했다. 국가통계국은 “상반기 외부 환경의 복잡성과 불확실성이 크게 증가하고 국내 구조조정이 심화하는 등 새로운 도전이 있었다”고 평가했다.
경제지표가 악화됨에 따라 시진핑 주석의 부담도 커졌다. 이날부터 나흘 일정으로 시작된 3중전회에서 중국 지도부는 중장기 경제정책방향을 논의한다. 중국은 경제성장률을 끌어올리기 위한 경기 부양책으로 ‘양적 성장’에 나서기보다는 과학기술 자립과 기술 혁신을 통한 ‘질적 성장’을 강조한 만큼 단기 처방도 기대하긴 힘들다. 블룸버그는 “2분기 성장률은 우리의 보수적인 전망치마저 하회했다”며 “경제학자들은 3중전회 동안 부동산 침체에 대처하고 기술 자립을 촉진하고 지방 재정 부담을 완화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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