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7·23 전당대회 당원 투표를 하루 앞둔 18일 한동훈 후보의 나경원 후보를 겨냥한 ‘패스트트랙(신속 처리 안건) 공소 취소 청탁’ 폭로가 당심을 뒤흔들 막판 변수로 떠올랐다. 폭로 여진이 여권 내부의 내홍으로 이어지는 가운데 한 후보자가 코너로 몰리는 분위기다.
당권 주자들은 비롯해 친윤(친윤석열)계를 중심으로 여당 의원들과 국민의힘 소속 지자체장들까지 일제히 “선을 넘었다”며 한 후보자에 파상 공세를 퍼부었다. 당내 비토 여론이 확산한 데 따라 위기감이 커진 한 후보는 하루 만에 “신중하지 못했던 점 죄송하게 생각한다”며 부랴부랴 진화에 나섰다.
이날 국민의힘 의원 전원이 모인 텔레그램 단체 대화방에는 40여 명의 의원이 한 후보의 전날 발언을 꼬집는 비판글을 쏟아냈다. 포문을 연 친윤계 중진인 윤한홍 의원은 서울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패스트트랙 사건은 개인 비리가 아닌 헌법 질서와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우리가 함께 투쟁을 하다 기소가 된 건인데 당 대표가 되겠다는 사람이 이런 말을 하면 앞으로 누가 믿고 일 하겠냐”며 “‘이건 아니다’ 싶어 참다 못해 글을 남겼다”고 했다. 윤 의원을 시작으로 단톡방에서는 김정재·이철규 등 패스트트랙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현역 의원들의 성토글도 잇따라 올라왔다.
패스트트랙 사건은 2019년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원내대표였던 나 후보를 비롯해 의원·보좌진 27명이 민주당이 밀어붙인 연동형비례제와 공수처법 패스트트랙 지정을 물리적으로 저지했다가 국회법 위반 등으로 기소된 내용이다. 한 후보가 전날 당 대표 후보 토론회에서 나 후보에게 “본인의 패스트트랙 사건 공소 취소를 부탁한 적 있지 않느냐”고 폭로하면서 전대 쟁점으로 불거졌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도 한 후보의 발언에 대한 공개 저격이 빗발쳤다. 원조 친윤계 의원인 권성동 의원과 직전 당 대표인 김기현 의원은 각각 “당 전체의 아픔을 당내 선거에서 후벼파서야 되겠느냐” “동지들의 고통에 공감 못한 2차 가해”라고 비판에 가세했다. 대통령실 출신 강승규·강명구 의원도 패스트트랙 사건을 ‘정당한 항거’라고 규정하며 한 후보의 발언을 문제 삼았다.
지자체장들 역시 비난 행렬에 동참했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국민의힘 최대 외곽 조직 ‘새미준(새로운 미래를 준비하는 모임)’에서 “이런 사람들이 (당 대표 후보로) 나왔으면 당원들이 ‘당을 망하게 하는 것’이라고 나와야 하는데 임영웅 보듯이 해서 되겠느냐”고 꼬집었다. 김태흠 충남지사 또한 페이스북에 한 후보를 겨냥해 “경망스러움과 분노를 금할 수 없다”고 했고 홍준표 대구시장도 “이런 사람을 찍어주면 당 망하라고 하는 것”이라며 비판했다. 사건의 당사자이자 경쟁 주자인 나 후보는 기자들과 만나 “(한 후보가) 해야 할 말과 하지 말아야 할 말에 대해 분별없이 좌충우돌한다”고 직격했고 원희룡 후보는 “동지 의식이 없다”고 공세를 폈다.
수세에 몰린 한 후보는 하루 만인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패스트트랙 충돌 사건으로 고생하는 분들을 폄훼하려는 생각이 아니었다”며 공식 사과했다. 그는 “저도 말하고 ‘아차’ 했다. 이 얘기를 괜히 했다고 생각했다”며 자신의 발언이 실수였다는 점을 인정했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한 후보의 사과에도 불구하고 ‘반한 표심’이 결집해 한 후보에게 유리하게 흐르던 선거 판세를 반전시킬 변수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더불어민주당이 이번 논란을 수사·처벌 대상이라 규정하며 법적 대응을 예고하고 있어 야권발 공세 빌미를 제공했다는 책임론까지 제기되는 상황이다. 한 여당 의원은 “우리 당원들은 내부 총질을 아주 싫어한다”며 “이번 발언이 1차 투표에서 쉽게 끝낼 것을 결선투표까지 가게 할 최대 변수로 부상했다”고 했다.
국민의힘 선거인단 모바일 투표는 19~20일 이틀간 진행되며 21~22일에는 미참여자 대상의 ARS 투표 및 일반 국민 여론조사가 이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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